아프면 고상해지는 이상한 H입니다.
그리고 이럴때마다 평소에 보기가 힘들었던 영화들을 보게 됩니다. 우디앨런의 영화들을 언젠간 보리라 마음먹었지만 언제나 쌩쌩한 상태일때만 생각이 났고 그리고 그 쌩쌩한 상태일땐 다른 것들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 영화를 언젠간 보기로 마음먹은 까닭은 얼굴이 근사한 영화로 수다떨기 좋아하는*2 -이중적인 의미의- K 선배덕분입니다. 그 선배의 성이 1초생각나지않아 글의 흐름을 잠깐 놓쳤지만 감상을 이어나가보자면 왜 그 선배가 이 우디앨런의 팬이 되었는지 이해가 되는 영화였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얼굴 생김새를 빼곤 그 선배와 우디앨런의 영화에 등장한 우디앨런의 모습이 굉장히 유사하게 느껴졌거든요.
짧은 느낌을 이야기하면 영화에 등장하는 1980년경의 뉴욕 예술가들의 모습은 현재의 강남 좌파들의 모습과 꽤나 유사한 느낌이 들어요. 저도 이런 정서를 참 좋아하긴 해요. 폴 오스터의 뉴욕 묘사를 좋아하는 이유도 이런 이유이기도 하구요. 어떻게 보면 이 영화는 스노비 지식인들의 판타지로 보이기도 해요. 물론 이는 현실성의 변주안에서 이뤄진다는 점이 완전한 판타지로 보기엔 어려운 점이지만 '욕망'의 측면에서 접근해보면 분명한 판타지 영화이지요.사실 영화를 보고 뭔가 큰 감동을 느꼈다라든가 그런건 없어요. 다만 스타일의 측면이나 스노비적 감성을 자극하는 면면들은 꽤나 저에게도 일종의 '욕망'을 충족시켜줬다는 점은 있어요. 어쨌든 덕분에 우디앨런 영화들의 원조 느낌을 체험하게 되서 좋았다고 할까요. 조금더 우디의 '영화'들을 더 보고 싶은데 몸이 이제 점점 나아질려고 하기에 언제 다시 보게될지는 기약할 수가 없네요.
ps. 영화에서의 다이앤 키튼의 모습은 정말 매력적이고 아름다웠어요. 입고나온의상이나 소품같은 패션도 꽤 멋지고말이죠. 근데 여성에게 늙는다라는게 남성보다 훨씬 더 큰 변화를 가져온다라는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약간 가슴 시리기도 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