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 글은 한 3-4주전부터 쓰려고 마음먹은 글이었는데 이래저래 사정이 생겨서 쓰지못하다가 이제서야 쓰게 됐어요.
최근에 흥미롭게 지켜본 프로그램이 두 개 있어요.
하나는 더 보이스 코리아라는 엠넷의 리얼 서바이버 프로그램이고 또 다른 하나는 TVN의 더 로맨틱이라는 리얼 연애 (?) 프로그램입니다.
어쨌든 이 두 프로그램의 공통점이라고 문득 든 생각이 기존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어떤 사람들의 스토리에 집중하고 캐릭터를 만들어서 이들의 성장을 시청자들이 지켜보던 것에서 벗어나 마치 인스턴트 음식처럼 빠르고 쉽게-기존의 맥락같은거나 스토리를 알지 못해도- 쇼에 바로 빠져들게 하는 그런 특징들을 가졌다는 점이에요.
더 보이스는 기존의 오디션 프로그램이 가지는 어떤 이들의 사연이나 성장 스토리를 제거하고 예선의 과정도 보여주지 않은채 곧바로 블라인드 오디션이라는 형식으로 처음부터 한 사람이 가진 실력 전부를 보일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요.
그리고 대중들은 그들의 스토리가 아니라 단순하게 그들이 보여주는 목소리 즉 실력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요. 물론 기존에 나가수같은 프로그램 역시 어떤 의미에서 이러한 모습을 보여주었다라고 할 수 있어요. -비록 기성 가수라는 차이는 있다곤 하지만-
다만 나가수는 경쟁 체제를 보여준다곤 하지만 기존 가수들이 쌓아온 명성이나 권위를 어느 정도 인정하는 선에서 살짝은 덜 잔인한 방식의 경쟁을 보여준다면 -물론 대중들이 열광했던 부분은 바로 이런 가수들을 줄 세우고 순위 매기는 것이었지만요- 이 프로그램은 그래도 일반인들이 나오기에 노골적으로 순위매기기를 해도 상관이 없다라는 점이죠.
한편 엠넷의 간판 프로그램인 슈퍼스타 K가 일반인들에게 예선부터 스토리를 부여하면서 점점 그 스토리에 살을 붙여나가는 식으로 진행된다면 보코는 앞에서 말한바와 같이 전혀 다른 방식으로 대중들에게 어필하게 되죠. 즉 더 이상 이런식의 오디션 프로그램, 그리고 스토리텔링에 식상해진 대중들-이러한 오디션 프로그램의 범람도 무시할 수 없다- 에게 이런 첫 등장부터의 강렬한 자극은 오히려 다른 걸 생각할 필요없다라는 점에서 대중들에게 유효하게 먹힐수 있다고 봐요. 그러나 '보코'같은 프로그램은 결국 자신들의 이러한 자극성과 인스턴트 스러운점으로 인해 급격하게 대중들이 식상함을 느낄수 밖에 없다고 봐요.
이러한 점들은 북미의 오리지널 '더보이스'에서도 이미 발생한 문제인데 블라인드 오디션 이후에도 나름 잘 짜여진 흥미로운 미션 진행방식에도 불구하고 첫 블라인드 오디션 만큼의 강력하고 짜릿한 맛을 느끼게 하기 힘들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대중들은 이미 뛰어난 노래실력같은 강렬한 자극에 익숙해져 버린 상황에서 일반인들이 짧은 기간에 그 이상의 자극을 보여주기도 어려운 면이 있기도 하죠.
물론 어제 방영됐던 더 보이스의 라이벌 미션은 이러한 모습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흥미로운 지점이 분명 존재하긴 했지만 이런 부분 역시 첫 방송 이후 자극에 익숙해져버린 대중들이 그 이후의 방송들에 루즈함을 느끼던 찰나 이루어진 것임과 동시에 다른 경쟁 오디션 프로그램에 비해서는 훨씬 나은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제 다른 프로그램인 더 로맨틱 이야기를 해보죠.
이 프로그램을 제가 기대한 건 처음 대충의 형식 이야기를 듣다가 예전에 굉장히 좋아했었던 일본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었던 아이노리라는 프로그램의 향기를 느낄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기 때문이에요.
아이노리는 일본 아사히 TV의 리얼 연애 프로그램으로 일본에서 꽤 오랫동안 사랑을 받았던 리얼 연애 프로그램입니다. 그리고2000년 부터 2009년인가 무려 10년이라는 기간동안 장수했던 프로그램이었는데 최근에 다시 2시즌이 방영되고 있어요.
이 프로그램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자면 형식은 굉장히 간단해요. 남녀 7인 (기본 남4/여3)이 러브웨곤이라 이름붙은 버스를 타고 세계를 여행하는 것을 카메라로 담는데 여기서 사랑 고백을 하게 되면 성공하면 같이 돌아오게 되고 여행은 종료되고 실패하게 되면 그 고백을 한 사람만 귀국을 하게되는 프로그램이에요.
어쨌든 아이노리의 일반인들은 미리 오디션에 의해 뽑히게 되는데요 굉장히 다양한 사연들을 가지고 있고 무엇보다 이 프로그램이 재미있는 이유는 꼭 연애가 아니더라도 많은 부분에서 개성을 가진 이들이 세계각국을 여행하면서 그곳에서 그 캐릭터를 발전시켜나가면서 내면이 성장해가는 모습이 보여진다는 점이에요. 그리고 여기에 나오는 일반인들은 대부분 간절한 마음을 가지고 오기에 실제 결혼하거나 사귀는 커플도 많았다고 해요.
물론 이 프로그램도 오래 지속 되다보니 문제가 발생했는데 프로그램이 인기가 높아지다보니 나중엔 연예 기획사 같은 곳에서 신인 배우의 홍보를 목적으로 프로그램에 집어넣었다라고 의혹을 받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게 되었고 이로 인해 실제 리얼한 연애라고 믿었던 아이노리안에서 펼쳐지는 연애담들이 점점 조작된 부분이 나온다거나 거짓말로 밝혀진다거나 하면서 프로그램의 인기가 서서히 떨어지게 됐어요.
결국 프로그램은 이런 부작용땜에 여론이 좋지못했고 결국 종료되었다가 다시 2시즌이 시작되었는데 예전같은 인기는 얻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에요.
아무튼 더 로맨틱 이야기를 하기전에 꽤 서론이 길어졌는데 제가 더 로맨틱에 기대했던 부분은 초창기의 풋풋한 아이노리의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였어요. 하지만 이러한 기대는 단 1회만에 무참하게 깨져버렸어요.
제가 1박 2일을 잘 보진 않지만 그럼에도 인정하는 한 가지는 식상한 여행 버라이어티라는 틀안에서 고유의 캐릭터들을 창조해냈다라는 것이고 연예인이 1박 2일을 통해서 대중들에게 다른 캐릭터들을 보여주면서 성장한것처럼 아이노리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인 여행을 통한 성장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이 프로그램을 하게 됐어요. 제가 알기론 1박 2일의 제작진들이 대거 이 프로그램의 제작에 참여했다고 들었거든요. 그러나 첫화를 보고 느낀 점은 이러한 부분이 전혀 들어있지 못했다라는 점이었어요.
더 로맨틱은 무대만 외국으로 바뀌고 더 예쁜 화면을 담을 뿐 여타 기존의 수 많은 짝짓기 프로그램과 차별화 되는 점이 보이지않았어요. 사실 이러한 엠넷식-주로 엠넷에서 많이 했던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프로그램을 볼 꺼라면 차라리 예전 산장의 미팅을 보는 게 더 낫지 않을까? 라는 생각마져 들정도였으니까요.
제가 서두에 밝혔듯 더 로맨틱 역시 앞의 더 보이스 와 같은 인스턴트식 자극에 익숙한 프로그램이다라고 봐요.
일반인들이 외국에서 첫 만남을 어떻게 가지고 어떻게 서로의 사랑을 키워갈까라는 점에서 기존 프로그램보다 훨씬 스케일이 커지고 많은 이들에게 자극적인 화면을 제공하지만 이 프로그램의 장점은 그 1화에서 모두 드러나게 되요.
앞에서 이야기했던 아이노리라는 프로그램이 외국에서의 버스 여행과 약간의 규칙 그리고 모든 자유를 제공했다 라고 한다면 더 로맨틱은 연애에서 스토리텔링이 되는 그리고 일반인들의 캐릭터를 만들어줄 만한 첫 만남 조차 외국의 유명 영화의 유럽 데이트씬을 모방해내는 그런 방식을 사용했기 때문이에요.
출현자들에겐 몇가지 정도의 데이트 방법만이 제공되고 대중들은 유명한 영화에서 보았던, 그리고 실제로 해보고 싶었던 그러한 영화의 장면들을 단순히 대리 체험해보는데 그치게 하죠. 물론 이런 부분들이 처음엔 꽤나 기존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볼 수 없었던 장면이기에 자극적이고 신선하게 어필할 수 있어요.
그러나 이 프로그램엔 그 유명한 영화들의 첫 만남 장면들이 나오기 까지의 과정들, 감정들이 거세되어 있고 순전히 예쁘고 이국적인 풍경들과 기존 엠넷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보았던 출현진들의 진실되지 못한 감정들만 느껴진다라는 점이에요.
결국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단점은 프로그램의 초점이 일반 출현자를 어떻게 진실된 연애로 이끌까에 초점이 맞추어져있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을 단지 이국적인 풍경의 조연으로 삼아버렸다라는 거에요. 물론 앞에서 말한것처럼 처음엔 대중들이 호기심을 느낄 만한-혹은 부러워할만한- 이국에서의 그림으로 관심을 끌 수는 있겠으나 이런 그림들은 결국 시간이 지나면 금방 지루해져 버리는 것이고 거기에 어떤 진실한 감정이 느껴지지 않은 리얼리티 연애 프로그램은 결국 실패할수 밖에 없을꺼다라는게 제 생각이에요.
어쨌든 방송사들의 리얼리티 프로그램 경쟁은 이제 이러한 인스턴트식 프로그램의 등장으로 정점을 찍었다라고 봐요. 그리고 이러한 인스턴트 프로그램의 단점들은 강력한 처음엔 강력한 자극으로 어필하게 되는데 이러한 자극적인 부분에 대중들이 식상하게 되면 다른 프로그램들까지도 죽일수있는 형식이라고 생각해요. 즉 개인적으로는 엠넷은 자충수를 둔게 아닐까라고 생각을 하게 되네요. 지금 더 보이스에 익숙한 대중들에게 슈퍼스타 K가 예전같은 성공을 거둘수 있을까라고 생각해본다면 대중들은 더 이상 슈퍼스타 K에 매력을 못 느끼지 않을까라고 생각이 들어요.
한편으로 TVN의 더 로맨틱의 인스턴트식 접근 방식은 다른 의미에서 성공을 거두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봐요. 연애 프로그램에서 가장 중요한것은 대중들이 그 연애에 감정이입을 하는것이라고 봤을때 말이죠. 결국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이런 형식에만 무모하게 기대버린 기댄 그리고 자극적인 열매만을 따먹으려는 대중들로 인해 이러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오히려 더 쇠퇴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 가장 필요한 오디션 프로그램은 '내가 PD다'라는 프로그램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하게 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