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에서도 그렇지만 어떤 판이든 조연들의 역활이란 주연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필요한 존재들일뿐이다. 영화에서 조연들은 주연들에 비해서 게런티도 적고 사람들의 박수를 받지도 못하고 심지어는 대접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다.그래서 많은 조연들은 언젠가 자신이 '주연'이 되길 바라지 평생 조연으로 끝나기를 바라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의 주인공들은 언제나 극속에서 정해져있으며 이는 우리의 모든 사회 분야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스포츠판에서도 그러하다. 유난히 빛나고 재능을 발휘하는 '주연'들이 존재하고 그들을 돋보이기 위한 다양한 조연들이 등장한다. 우리는 그들중에 대게 주연들중의 하나를 택해서 자신의 '팬심'을 투영하면서 마침내 그에게 철저하게 감정이입을 하는 단계까지 가곤 한다. 물론 끝끝내 재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엑스트라'로 끝나는 사람을 응원하는 특이한 취향의 팬심이 존재하지 않는 것도 아니며 혹은 '주연의 씨앗'을 미리 발견하고 혼자 남몰래 그가 '주연'이 되어가는 과정을 즐기려는 팬들도 존재하지만  전자의 사람들은 실제론 거의 볼수가 없거나 아니면 특별한 '사연'이 있는 사람들일 경우가 대부분이며 후자의 사람들은 현재에서의 '주연'은 비록 아니지만 어쨌든 '주연'이 될 씨앗을 응원한다는 점에서 이미 '주연'이 된 사람을 응원하는것과 별다른 차이는 없다고 볼수 있을것이다.



  
  결국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포츠에서의 '주연'들에 열광하며 그들의 결과에 일회일비하게 된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응원하는 '주연'들이 갑자기 은퇴하는 경우도 발생하며 서서히 늙어가면서 자신의 자리를 빼앗기는 경우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는 한번 정상에 오른자들에 한해서는 그 팬들중에 정상에 기억에 있던 '추억'만을 가지고도 오랫동안 팬심을 유지할수 있게 된다.  그런데 스포츠판에서 가장 재미있는 '변수'는 정해진 각본이나 시나리오가 없다는 것이다. 즉 우리가 알고 있던 주연들이 느닷없이 부상으로 은퇴할수도 있고 혹은 응원하던 팀이 갑자기 '무명'의 팀에게 질때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를 '이변'이라고 부른다. 



 사람들은 최강자의 이미지를 가진 '주연'들을 좋아하면서 한편으로 '이변'이 일어나길 바라는 팬들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 팬들이 바라는 이변이란 어떤 정해진- 감동적인- 스토리 텔링에 의한  '이변'을 바라는 경우가 많다. 즉 사람들이 바라는건 엑스트라-임에도 꽤나 많은 사연을 간직한-의 이변을 바라는 것이지 계속해서 봐왔고 평범하게 존재해왔던 조연들이 주연을 이겨주길 바라는 경우는 드물다라고 할 수 있겠다.이는 스포츠에서도 똑같이 통용된다. 스포츠에서 엄청나게 전력차가 나거나 혹은 엄청나게 가난하거나 하는 특이한 이력을 가진 팀이나 선수가 주연인 '스타선수'를 꺾는 경우가 발생하면 우리는 이를 이변이라고 부르며 각광을 하게 되지만 평범하게 중위권의 팀이나 별다른 스토리 텔링이 없는 선수가 '주연'의 선수나 팀을 꺾게 되면 위화감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여기 두명의 선수가 있다. 


  첫번째 선수는 테란. 그는 한번도 최강자에 오른 기억이 없다. 물론 특이하고 언제나 재미있는 경기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의 평범한- 혹은 못생긴- 외모와 앞에서의  재미있는 경기력을 위한 리스크 때문에 오랫동안 최강자의 근처를 멤돌아 왔을 뿐이다. 그리고 그는 그와 함께 데뷔했던 많은 선수들이 '최강자'의 이름으로 불릴때도 언급되지 않았고 그 선수들이 하락기를 보이고 그와 스타일이 유사한 자신보다 새파란 '유망주'가 같은 팀에 있었기에 그의 하락기를 대부분이 점치고 있었다. 그러던 그가 당대 최강의 토스를 꺾고 4강에 진출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의 시선은 그 당대 최강의 토스에게 몰려있었고 그가 패배하자 그 '주연'인 토스가 패한 사실에만 관심을 가졌다. 물론 경기력이나 근성같은 이름으로 이 4강의 승리자인 '테란'을 추켜세우려는 사람들도 없는건 아니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단지 '주연'이어야만 했던 그리고 스토리상으로도  종족의 남은 마지막 토스라는 스토리텔링을 가진 이 토스의 탈락에 흥분하거나 화내하거나 어이없어 했다. 



  두번째 선수는 저그. 그는 앞의 선수보다 훨씬 더 조연에 가까운 인물이었다. 자신의 스토리를 만들수 있는 개인리그에서 오랫동안 높은 자리에 올라온적도 없었고  당대 최강이 될 수 있는 포텐샬면에서 '피지컬'이라는 커다란 약점을 가진 저그로 인식되어 왔기에 - 그의 프로리그에서의 엄청난 승률에도 불구하고 - 그의 새파란 후배 저그들이 사람들에게 새로운 '주연의씨앗'이라는 이름으로 오르내리는 동안 조차 그를 언급하는 인물은 드물었다. 물론 앞의 테란과 마찬가지로 데뷔한지 오래되었기에 많은 이들은 이 저그의 전성기가 끝났다라고 여겼다. 그러던 그가 당대 최강의 저그를, 그리고 종족전의 '재앙'이라 불리는 저그를 꺾고 결승에 올랐다. 그리고 앞의 사건과 마찬가지로 많은 사람들이 당대 최강의 '저그'가 패한 사실에 관심을 더 가지고 있다. 물론 나 역시 그를 위해 꽤나 긴 글을 남겼다. 사실 그 글에서 난 당대 최강의 저그의 '신화'를 무너뜨린 이 평범한 조연에 불과할꺼 같았던 '저그'에 대한 이야기를 꼭 집어넣고 싶었지만 그러기에 밑에 글은 한 인물에 대해 초점을 맞춘 글이었고 그런 미안함덕분에 이런 글을 쓰게 되었다고 해야할지도 모르겠다. 난 이 '조연'에 불과하리라 생각했던 저그의 이야기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그가 어떻게 오늘의 경기력을 보이고 성장해왔는지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단지 내가 하나 기억하는건 오늘 그가 '당대 최강의 저그'를 꺾을 만한 준비가 되어 있었고 그럴만한 실력을 보였다라는 사실 하나이다. 



 
그리고 또 하나 잊을 수 없는 것. 그가 인터뷰에서 보였던 '눈물' 
이는 아마 많은 '조연'들의 무대뒤에서의 흘렸던 수많은 눈물들을 대변하는 눈물이리라.



 

PS. MSL 결승에 오른 김윤환 선수를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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