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터 아일랜드를 뒤늦게 지인과 치킨을 뜯어며 봤어요.
사실 한일전을 보면서 먹으려고 했는데...
역시나 한일전답게 치킨가게는 때아닌 문전성시라.
애니웨이 셔터아일랜드 이야기로 넘어가죠.
뭐 지인은 꽤나 만족스럽게 본 모양이지만 전 엔딩이 맘에 들지 않아요.
아니 맘에 들지않는다기보단 너무 많은 스릴러 영화와 소설들을 본 이놈의 머리통이 말썽인듯.
이미 초반부에 예상했던 결론에 한치의 오차도 없이 흘러가는걸 보고 제발 아니길 아니길 빌면서 봤기에 그런거 같아요.
여기서 부턴 살짝 스포일러가 은연중에 있을지도.
물론 중간중간 제 생각을 헷갈리게 했던 시퀀스들이나 후반부 갑작스런 진실(?)이 폭로되는 과정이 꽤나 설득력있게-이성적이라기보단 감성적인면에서- 와닿아서였는지 인지 부조화에 시달렸지만 결국 마지막 엔딩에 와서는 인정할수 밖에 없군요. 물론 영화를 보고나서도 여전히 맥거핀에 낚여버린 많은 이들이 인지 부조화에 시달린체 리뷰를 쓰는걸 보았긴 했습니다만 사실 마지막 대사는 그런 가능성 마져 송두리체 뺏은 대사였기에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죠. 그래서 영화를 보고나서 왠지 허탈하고 허무하고 그랬던거 같아요. 그렇지만 영화의 전체적인 완성도는 흠잡을데가 없어요. 꽤나 인상적인 몇몇 시퀀스들만 보더라도 스콜세지가 여전히 거장의 반열에 오른 감독임을 증명하는 부분들이니까요. 뭐 노골적으로 고전 필름 느와르의 향기를 내기 위해서 쓰인 소품이나 패션, 그리고 음악들이 적세적소에 배치되어 있고 때론 히치콕의 냄새가 짙게 배어나오는 장면들까지 등장하기에 이런 영화를 좋아하는 팬들에겐 또 다른 재미가 느껴질만한 부분도 충분하다라는 생각도 들구요. 다만 제가 느끼기엔 그런 인상적인 시퀀스들이 극중에서 파편화되어서 제 역활을 하지 못한다 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할까요. 제가 최근에 본 영화중에 바스타즈 같은 아트필름 영화들과 비교 선상에서 놓고 보면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들어요. 허나 그럼에도 인상적이었던 장면들이 몇개 있었고 그중 하나였던 제3 병동안으로 디카프리오가 들어갔을때 의 그 기하학적 공간내에서의 긴장감을 표현해낸 시퀀스들은 꽤 강렬하게 인상에 남을 정도로 좋았던 거 같아요. 그리고 한가지 더 이 영화에서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적재적소의 부분에서 분위기를 전달하는 역활을 해준 스코어 음악들이었어요. 하지만 ost를 사서 혼자 듣기엔 음침하고 무서워서 다시 듣고 싶진 않군요 =_=; 다시 영화로 돌아가 이번엔 주인공인 디카프리오 이야기를 해보죠. 디카프리오는 언제나 느끼지만 좀 과해요. 연기를 못하는건 아닌데 뭐랄까 자기가 연기를 하고 있다라는 표현을 과하게 하는 연기자라고 할까요. 그리고 디카 프리오 영화들을 보다보면 그의 연기에서 캐릭터가 바뀌어도 너무 비슷해보이는 면이 좀 느껴져요. 메소드 연기까진 아니더라도 캐릭터의 특징을 좀 표현해주는 연기를 해야하는데 디카프리오는 그냥 어떤 영화에서도 디카프리오 같다고 할까요. 이건 제가 최민식씨 연기를 보고 느끼는 점과도 비슷한데 그건 제가 전문가가 아니라서 단지 그냥 '주관적'인 느낌이다라고 밖에 말할수가 없네요. 아무튼 결론을 내려보자면 셔터아일랜드는 꽤나 잘 가공된 장인의 솜씨가 느껴지는 작품이긴 한데 왠지 개성이 느껴지지도 않고 찌릿찌릿하게 만드는 뭔가를 전달하는 부분에서도 약한거 같아요. 그건 이 영화가 당시 사회의 치부였던 메카시즘이나 나치즘 그리고 반전에 관한 메세지를 단지 맥거핀으로만 활용했다라는 부분이 큰거 같기도 해요. 사회적인 문제의식을 담은 스릴러 영화가 결론에 이르러선 한 개인의 문제로 갑작스레 전환되어버리면서 주인공의 소영웅주의에 몰입된 관객들을 현실로 끄집어내는 과정에서 특별한 여운을 남기진 못했으니까요. 사실 결말부분만 본다면 올드보이와 꽤나 유사한 면이 있는데 올드보이의 경우 영화가 처음부터 개인과 개인의 분쟁을 이야기했기에 결말의 허무함이 그나마 줄어든게 아닌가 싶어요. 그리고 또하나 제자신의 경우 결말에 이르러 모든것을 뒤엎는 반전 영화의 방식에 조금씩 싫증이 난게 아닌가 싶기도 해요. 아마 이 영화가 10년만 일찍 나왔더라도 평가가 조금은 달라지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