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전 갑자기 네이트온 모르는 아이디가 불쑥 대화를 걸어왔다. 그리고는 뜬금없이 내가 예전에 알던 선배 이름을 말하고 있다.사실 5년인지 7년인지도 정확하겐 기억이 나질 않는다. 졸업하기 1년전부터 그 선배를 본 기억이 없기에... 아무튼 이 오래간만의 만남은 나에게 꽤나 복잡한 감정을 안겨주었다. 최근에 내가 스스로 접근했던 이들을 제외하곤 가장 오랜만에 만나는 인간과의 접촉이기도 하고 과거의 '나'를 기억하는 사람을 통한 내자신을 만나는 기회라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나는 예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우울하고 나약하고 자신감없는 인간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선배는 나를 유머러스하고 밝고 나름 성공한 삶을 이룬 인간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재밌던건 그런말을 최근 몇년간 거의 들어본 적이 없어서 인지 아니면 스스로 그렇게 생각해본적이 최근에 드물어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그 옛날의 내자신이 너무도 터무니없었기에 나는 그 선배를 요즘 유행하는 네이트온 해킹범으로 오인하는 짧은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사실 난 내 과거의 자신이 더이상 기억나지도 않을만큼 멀어졌기에 그 선배가 말했던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것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어찌됐든 그는 나에게 우리가 친했던 시절이 기억날정도로 친절한 태도로 자신의 웨딩사진을 보내주었다. 그리고 나에게 자신의 결혼식에 참여해달라는 말과 함께. 그 웨딩사진의 그의 모습은 예전에 내가 알고 있던 선배의 모습에서 조금도 변하지 않은거 같았기에 그를 만나면 왠지 기억도 나지 않는 20대의 내 '자신'을 기억나게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평소의 솔직하고 건방진 말투에 걸맞게 결혼식에 꼭 참여해달라는 간청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잘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안갈꺼같다."라고 이야기를 해버렸다. 사실 예전의 내 잔상을 다시 만나서 거짓의 '나'를 연기해야하는것에 자신감이 없기도 하고 왠지 내키지도 않아서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때의 내자신이 싫은건 결코 아니다. 오히려 지금 심정으론 철저하게 현재의 자신을 증오하고 있으니까. 그럼에도 과거의 내 자신을 만나야 된다라는 생각은 차마 들지않는다. 예전의 나를 지워내야만 현재의 내가 떳떳하게 존재할 수 있음을 알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