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까지 봤을땐 여러 커뮤니티에서 이야기하는 용두용미, 개미허리라는 말이 어울리는 드라마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오늘 엔딩을 보면서 마음이 바꼈어요. 엔딩의 연출이 나쁜건 아니었습니다. 다만 마지막회에 그 캐릭터들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에 대한 당위성이 너무 부족했어요. 그나마 장혁의 호연이 아니었더라면 이 드라마는 그냥 용두사미라고 했을겁니다. 다만 장혁이 너무 아까웠어요. 캐릭터를 잘 구축해놓고 그리고 배우가 엄청나게 연기를 잘하고도 더이상 주어진 상황이 없다보니 캐릭터가 성장하질 못한겁니다. 아무리 장혁이 날고 기어도 어쩔수가 없는거죠. 마지막 장혁이 태양을 향해 쏘는 장면은 사실 제가 기대했던 전개로라면 상황에 맞물러 굉장히 복잡하고 애절함이 묻어나야했지만 미칠듯이 쫓긴 전개와 중구난방식 전개로 인해 도저히 이해가 가지않는 장면이 되었어요. 멋있으면 다가 아니지 않습니까. 피디의 연출력은 의심할바 없지만 이야기의 부족을 극의 불친절함으로 그냥 때워버린 느낌입니다. 한편 그나마  이 드라마에서 끝까지 캐릭터의 기승전결을 보여준 캐릭은 업복이-공형진분-의 최후는 어떠한가요?  업복이에 의해서 허무하게 죽어나가는 이 드라마의 악역들을 보면서 시청자들은 카타르시스는 커녕 허무함과 쌩뚱함만 느꼈을 겁니다.  굉장히 흥미있는 복수극으로 포장할 수 있던 연결고리였던 두 기생, 그리고 노비당의 당수를 귀차니즘혹은 능력부족으로 어물쩡 넘겨버리면서 극은 거대한 허무극이 되어버렸어요. 이 드라마에서 가장 감정이입할수있던 업복이의 최후에서 시청자들이 정말로 카타르시스를 느낄수 있었을까요? 아니 차라리 업복이의 '복수'가 실패하는 편이 더 현실적이면서 좋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곽피디의 전작인 한성별곡은 이야기의 구조자첸 단순했지만 밀도는 굉장히 높았습니다. 캐릭터들의 멜로라인과 정치극이 촘촘히 엮어 있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 드라마의 문제는 한성별곡보다 오히려 더 간단한 이야기를 가지고 무려 24편이나 끌고가면서 그리고 수많은 흥미있는 캐릭터들을 등장시켜놓고 캐릭터들을 그대로 방치했다는 겁니다. 그리고 캐릭터들이 서로 얽혀들어야 했지만 그 부분에서도 완벽하게 실패했구요. 오지호와 장혁이 함께 칼을 맞대고  생사를 함께하는 장면에서 이 매력적인 캐릭터들에게서 무엇을 느낄수 있었던가요? 거기다 이 둘을 결합시키고 갈등시켜야하는 여자캐릭터들 이야기를 하자면 더욱더 끔찍합니다. 개인적으로 곽감독의 전작의 아련함과 묵직함을 이 드라마에서 역시 기대했는데 드라마는 지나치게 겉포장만 번드레한체 끝나버린거같아 아쉽습니다. 하지만 이 드라마의 뛰어난 영상미와 연출력. 그리고 '대길'과  '업복이' 를 연기한 두배우의 호연은 꽤나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꺼 같습니다. 그래서 드라마가 끝난게 못내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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