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뭐 이성적으론 어떤 말을 해도 먹히지 않을 상황이고 그 감정의 분노라는 파도를 저 또한 이해못하는 입장이 아니지만 그 분노의 감정에 제 감정 하나를 더 보태봤자 무엇하나라는 생각이 드는 하루입니다. 정말 어떻게 하면 저런 최악의 상황이 나올수 있나라는 생각과 더불어 '인과응보'라는 단어가 동시에 떠오르는걸 보면 MSL이라는 유구한 역사를 이 따위 운영으로 말아먹은관계자들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저 또한 지우지 못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군요. 그러면서도 한편 4경기가 끝난후 못내 아쉬운 표정으로 우승 소감을 담담하게 말하는 한 청년의 눈빛을 보다보니 지금 최악의 피해자인 두선수를 앞에두고 감정을 더보태봤자 이들에게 더 큰 상처가 되지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니 일단 최고의 승부를 해준 두 선수에게 박수를 먼저 보냅시다. 불리한 맵과 종족 상성을 뜷어버린 이제동 선수의 경기력에 찬사를 먼저 보냅시다. 그리고 그 이제동 선수에 걸맞는 경기력을 보여준 이영호 선수에게도 위로의 박수를 보냅시다. 그들의 노력과 눈물을 우리의 분노에 묻어버리기엔 진심으로 안타깝습니다. 스스로 '본좌'가 아닌 '최강자'를 증명한 이제동에 대해서 떠들어도 모자랄 커뮤니티들이 온통 망가져버린 MSL에 묻혀버렸습니다. 물론 최강의 매치업을 망쳐버린 오늘의 사태를 잊자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다만 오늘 두 선수의 경기력과 노력을 먼저 기억하자는 이야기죠. 참으로 씁쓸하고 허무한 하루에요. 일주일이나 고대했던- 비록 4강전에서의 끔찍한 기억을 갖곤 있었지만- 경기가 이렇게 끝나버렸으니까요. 누구도 웃는 자는 없는 최악의 하루가 되어버렸습니다. 누구의 잘못을 탓하고 MSL이라는 이름을 갈기갈기 찢어버리는 행위를 잠자코 지켜볼수 밖에 없습니다. 그들은 잘못했고 또한 그들은 버림받았습니다. 스스로에 의한 버림인지, 팬들에 의한 버림인지는 아마 그들이 잘 알꺼에요. 그렇지만 분노에 대한 대상을 지금까지 MSL이라는 역사를 만들어온 이들에게 지우진 말았으면 합니다. 그들은 단지 최선을 다했고 그렇게 기억되길 원했기 때문이죠. 지울수 있다면 이번 리그를 MSL이라는 이름에서 지우고 싶었습니다만 오늘 두 선수의 경기를 보고 그런 생각은 차마 입에서 말할 수가 없군요. 거기까지에요. 우리가 할 수 있는건. 팬들의 분노가 그들을 '반성'하게 만들어야지 그들을 '자포자기'하게 해선 안된다고 생각해요. 그건 우리 모두가 '패자'가 되는 길이니까요. 참으로 슬픈 하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