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동이 졌다.
사실 이제동이 지는게 특별한 일은 아니다.
다만 전과 다르게 나를 충격으로 빠지게 만드는건 그가 여태 만들어온 신화를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첫번째, 저저전 다전제에서 졌다.
김택용과 이제동의 동족전 승률의 차이는 현재 시점에선 그렇게 크지 않다.
하지만 김택용과 이제동의 차이는 개인리그 다전제에서의 종족전에서 갈라진다.
김택용은 예전에 송병구에게 3:0으로 진적이 있다.
그러나 이제동은 한번도 저그에게 진적이 없다. 다전제에서.
-물론 김정우와의 곰티비 8강 저그전에서 진적이 있지만 3전제였고 공식전이 아니기에 제외하도록 하자.-
통산승률 4년동안의 저저전 80%이상. 그리고 다전제에서의 전승.
이런 이제동이 다전제 종족전에서 졌다.
둘째, 첫번째 판을 이기고도 졌다.
이제동의 다전제 공식.
패승승승.
이제동의 '멘탈리티'의 굳건한 상징이자 일종의 신화.
다전제에서 사실 1경기의 중요성은 이루말할 수가 없다.
예를 들어 라이벌인 김택용의 경우 다전제 1경기를 질 경우 대부분 다전제 자체를 내준 기억이 있다.
그런 이제동이 1경기를 이겼다.
즉 남은건 처절한 3:0의 응징이거나
적절한 발버둥 3:1 정도의 스코어만 남았을뿐.
그런 이제동이 승패패패로 졌다.
그의 신화가 이렇게 무너졌다.
마지막. 본좌로드라는 말의 달콤함을 먼저 맛본 택빠로써 이제동의 갑작스런 패배는 혼란스럽다.
광안리에서의 믿을수 없는 3패는 이제동 실력자체보단 티원 특유의 전략성이 발휘되었던 경기들이었다.
그렇기에 당연하게도 양대 4강에서 난 둘다 이제동의 우세를 점쳤다.
특히 저저전 다전제인 MSL4강에서만은 틀림없기 그랬다.
내가 아는 이제동의 가장 큰 재능은 '마인드'였기에.
언제나 첫판을 내주고도 다전제를 잡는 이제동.
결승에서 2:0으로 지고있어도 끝끝내 역전승을 일궈낸 이제동.
연패를 하더라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자신이 이겨야하는 자리에선 이기던 이제동.
이었기에.
그러던 그가 저저전 다전제에서 무너져 내려버렸다.
물론 아직 온게임넷 4강이 남았기에 그의 몰락이라고 부르고 싶진않다..
단지 충격적인 결과에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그는 나에게도 신화였다.
(그의 패배를 바랬었다.)
김택용이 실패했던 본좌로드를 향해 가던 그를 질투했다. (솔직히 인정하자.)
그러나 그의 패배를 의심해서 패배를 바란건 아니다.
단지 신화에 대한 반기 혹은 기적을 바란거다.
그런 그가 거짓말같이 져버렸다.
그런데 기쁘지 않다.
신화가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