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머리를 잘랐다.
어깨까지오던 머리카락이 잘려 나갔지만 안경을 안써서 잘 보이지 않았던게 위안이었던거 같다.
머리를 자르고 "맘에 드세요."라고 물어보는 미용사에게
겸연쩍은듯 "네"만을 거듭하는 내 자신이 이럴때만큼은 미워졌다.
근데 드라마나 영화에서 본 것처럼 눈물이 나거나 하진 않았다.
집으로 와서 거울을 보았다.
"내 얼굴이 이렇게 동그랬었나."
이제 30에 반올림한 내 얼굴이 이렇게 어리게 보일까.
마음 뿐만 아니라 얼굴도 어른아이인거같다.
글쎄 좋은 감정도 나쁜 감정도 들진 않았다.
다만 오늘 밥을 먹으면서 엄마가 한 말에 겸연쩍은듯 웃은 내 자신이 떠올랐다.
나이를 먹는다는 걸 눈치챈다는건 어떤 것일까?
외모도 늙지않고 여전히 철도 들지 않은 나에게 그 변화를 아는 방법은 그렇게 많지 않다.
그냥 잠시 눈을 뜨고 주변을 둘러보면 주변 사람들이 하나 둘 씩 한발자국씩 앞으로 나가있다.
그럴때 초조함을 느끼지만 그 감정도 시간이 지나면 희미해진다.
"글쎄 어른이 된다는게 어떤 기분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