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루에서 요란하다는 김용민씨의 글을 읽었는데 만으로 여전히 20대라는 내 입장에서 보면 글쎄 이글이 그렇게 까일만한지 모르겠다. 난독증이 심한건지 아니면 우린 이렇다라고 하는 것에 진짜 몰라서 화가 난건지 리플들이 정말 멍멍이들이 짖는 수준의 것들을 많이 봤다. 저 글의 취지엔 공감하지만 지금의 20대는 저 글의 우회적인 표현을 이해하기엔 머리가 나쁘다. 사실 머리가 나쁘다라기 보단 직설적인 표현에 익숙한 지금의 세대에 대해 반어법적인 클리쉐를 이용해서 자극하려고 했다는게 저 사람이 20대를 너무 '과대평가'한듯 싶다. 사실 나도 여러 커뮤니티에서 반어법적인 표현들을 쓰면 진짜로 이게 사실이라고 생각하고 혼자 흥분해서 아득바득 달려드는 꼴을 많이 보아놔서 진짜 요즘 애들은 전공서적읽을 시간에 국어공부를 더해야할꺼같단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물론 그게 단지 이 세대의 문제인거같진 않다. 여튼 저사람이 10대를 높이고 20대를 까댄게 너네가 희망이 없어서 그랬다라기보단 10대는 크면 결국 20대라는 꼬리표를 달게 마련이고 현실적으로 성인인 20대가 되기전의 세대인 10대가 현재 할수 있는 일이라는게 촛불 시위밖에 더있겠는가라는 현실론적인 입장에서 본다면 지금 20대들을 자극해서 '정치'에 관심 좀 가져라 이것들아하고 잔소리 좀 하는 것뿐이다. 저기서 촛불 시위에 수수방관하는 20대의 행동을 뭐라하기보단 민주주의 사회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할 수 있는 투표좀 하고 사회의식 좀 가져라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저 글의 취지는 어느정도는 이해하지만 내용은 잘못된 부분이 있다. 투표안하는 이유가 사회의식 없어서 그랬다라고 하기엔 20대들은 꽤 똑똑하다. 인터넷에도 익숙하고 옳고 그른것에 대한 구분도 잘한다. 이걸 메세지론의 관점에서 보면 지금의 20대는 정보 과잉에 의한 '질식사'라고 봐도 좋을 정도이다. 그런 이유로 양비론이 득세하고 행동하기전에 '절망'한다. 이걸 '무관심'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저 글을 쓴 김용민 교수 세대가 아직 20대들의 인터넷 문화를 완벽하게 이해 못해서 인거 같단 생각이 든다. 지금 20대에서 문제의식에 공감하는 이들의 숫자는 사실 80년대의 대학생들의 숫자에 비하면 많으면 많았지 적지 않는 숫자라고 확신한다. 다만 지금의 20대에게 없고 그들에게 있는건 '연대의식'이다. 사실 민주주의 운동이라든가 학생운동이라든가 하는 것들을 엄밀히 들여다보면 다 이렇다. 그냥 내 주변에 사람이 다쳐나가고 그러니 분노하고 그래서 참여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20대들에게 그런 연대의식을 기대하기 힘든건 낯선이와의 접촉에 대한 '두려움'이다. 지금 20대들은 거의 철저하게 1-2명의 형제 자매를 가진 집안에서 부모의 과잉 보호를 받고 풍족한 생활을 해왔던 세대이다. 물론 IMF를 거치고 대학에 오니 신자유주의의 거대한 물결 속에 무방비로 노출되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그들의 생활은 변한게 없었다. 사실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할때쯤 IMF를 겪었고 대학생을 졸업할때쯤 취업대란에 빠졌다라지만 사실 생활에 커다란 변화같은건 없었다. 단지 조금 더 아끼기 위해 애쓰는 부모님의 안타까운 모습과 조금 줄어든 용돈을 가지고 조금 여유있게 생활하면 됐을뿐. 기본적으로 이 세대들에게 당신들은 벼랑 끝 세대이고 우석훈의 말대로 88만원 세대라고 외쳐대도 그렇게 와닿지 않는다. 아마 그것이 와닿을 정도의 절망적인 문제의식을 느끼는 아이들은 부모님의 혜택을 못받은 몇몇의 20대들일테고 여전히 많은 20대들은 그들이 88만원을 받게 되든 뭐든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끼지는 못한다라고 보는게 맞다. 그리고 소수의 이런 위기의식을 느끼는 20대들중에 그나마 자신의 재능으로 교육 혜택을 받은 20대들은 소위 자신들의 '스펙'을 키우는데 혈안이 되어있을 테고 단지 대부분의 20대들은 이유없이 불타오른 그들의 모습에 의아해하지만 자신들이 그들의 희생양이 되는것이 되기 싫어서 열심히 스펙을 기른다. 즉 현재의 20대의 연대의식을 기대하기 힘든건 계층간의 차이에 의한 공동체의 끈이라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 그안에 겹겹히 쳐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 장벽들을 통해 그들의 인적 네트워크가 만들어지고 그속에서 안주한다. 간단히 현재의 20대 대학생의 모습은 '학부제라는 체제에 의해 외톨이가 되었다가 싸이월드로 패밀리를 만드는 세대'이다. 대부분의 정보공유나 연대의식은 즉 저 체제를 통해 조직된 '패밀리'안에서만 이뤄진다고 보면 된다. 물론 인터넷에도 각종 취미의 공유를 할 수 있는 거대한 커뮤니티가 존재하고 그속에서 가끔 정치적인 연대가 이뤄지는 광경이 목격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대부분의 인터넷에서의 정치 이슈는 단발적이고 '이벤트'적인 성격이 짙다. 즉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사회에 대한 관심이라기보단 연예,스포츠에 버금가는 정치적 폭탄이 터질때만 나타나는 관심이기 때문이다. 즉 현재의 20대들에게 정치가 뭐 그렇게 피부에 커다랗게 다가오는 이야기라기보단 그냥 '문제의식'엔 공감하지만 그때 그때 흥미를 끄는 이슈의 일부분일 뿐이다. 나 역시 그렇기에 요즘엔 정치적인 글을 쓰는것에 딱히 흥미를 못느끼는 이유이기도 하고 이 글을 보는 이는 뭐 대부분이 나의 패밀리라고 보기에 썼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냥 아침부터 뻘글에 낚인 기분이지만 결국 뻘글을 보고 뻘글을 아득 바득 싸대는 나도 딱히 할말은 없다.
" just as you sow, so shall you re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