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스타리그를 보기 시작한 계기는 OSL 2002 스카이 배부터였다. 그때 '박정석'은 무명의 프로토스유져였고 그는 2번의 우승을 거머쥐었던 임요환을 결승에서 꺾은 덕분에 일약 스타가 되었다. 그렇게 한명의 스타는 만들어져갔고 그것이 역사가 되어갔다. 사실 OSL은 정말 '운이 좋은' 대회일지 모르겠다. 언제나 새로운 스타가 나타났고 그 스타는 화려하게 등장했으니깐. 그러나 그 화려한 스타의 뒤에서 철저하게 그들을 빛내준 위대한  강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OSL 우승자들중 많은 반짝 스타들은 이 강자를 꺾었기 때문에 탄생했으며 이 강자들의 대부분을 탄생시킨건 OSL이 아니었다. 그들의 16강 토너먼트제도는 너무나 운이 좌우하는 시스템이었으니까.  스타리그를 보다 보면 처음엔 스타를 원하지만 결국 최종적으론 강자를 원하게 된다. 그것은 반대급부로 강자를 꺾는 새로운 스타의 탄생으로 이어지며 리그는 그렇게 역사를 세워나간다.  그렇게 OSL의 화려한 영광에 뒤엔 언제나 MSL의 묵묵하고 위대한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해왔다고 생각한다. 더블 엘리 시스템과 복잡하고 검증된 하부리그 시스템. 그리고 그것을 통해 어떤 수식없이 강함만을 전달하는 해설진과 밸런스를 최우선으로 하는 맵 시스템. 그들의 '차별화'는 의도치않은 의도하든간에 최강자를 만들어낼수 밖에 없었고 그 최강자는 마지막으로 OSL에 우승함으로써 그 강함의 방점을 찍어왔다. 그러나 그것이 불행의 씨앗이었는지도 모르겠다.



   OSL은 거만했고 MSL은 초조했다. 우공이산의 정신을 가졌던 MSL의 뚜벅이 정신은 그래도 양대리그라는 체제속에선 힘겹게나마 지켜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공생관계는 오래가지 못했다. 바로 프로리그가 생겨났고 점점 프로리그의 비중은 커져갔기 때문이다.  팀이라는 시스템속에서 선수들은 선택과 희생을 강요당했고 성적과 아마추어리즘 사이에서 갈등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선수들도 팬들도 분열하기 시작했다. 최초엔 하부리그가 박살났다. 하부리그는 프로리그로 쉽게 대처된다는 명분이 있었고 이로인해 결국 개인리그는 더이상 프로리그와 독립적인 관계가 될순 없게 되었다. 그리고 주 5일제라는 괴물이 시행되었고 이제 양대리그는 존립조차 위협받을 수 밖에 없는 결과를 나았다. 이는 양대리그 모두에게 위기감을 불러왔으며  양 리그들은 리그 개편이란 자충수를 두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리그 개편이 성공적인 리그의 흥행을 가져왔는지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실 모든 근본 악의 축은 주 5일제이긴 하나 이에 대한 대응책은 두 리그다 실패했다 라고 본다. 그들이 실패한 원인은 바로 이판이 존립하는 유일한 이유인 팬들을 믿지 못했기 때문이다. 팬들은 프로리그 5일제라는 무식하게 많은 경기수와 선수들의 프로리그 중심 발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개인리그를 최상위로 두고 최강자간의 대결을 최고의 가치로 둔다. 그들이 팬들의 믿음만큼 자신들의 개인리그가 프로리그보다 우월하다고 믿었다면 리그 시스템 교체라는 자충수를 두는 짓 따윈 하지않았어야 했다.

 
    물론 프로리그 중심의 현재 체제는 엄연한 현실이며 현실을 인정해야하는 것은 맞다. 그렇다고 리그 시스템을 자신들의 마음대로 해야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지금 많은 사람들이 MSL의 리그 체제 변화를 보고 분개하는 까닭은 바로 팬들의 믿음을 저벼렸기 때문이다. 그럼 이번 MSL의 이번 개편이 어떤 면에서 팬들의 '믿음'을 저버리는 행동인지 구체적으로 말해보겠다.



     첫번째, 분리형 다전제의 시행. 개인적으로 하부리그가 유명무실해진 상태에서의 32강 체제 변화. 그속에서 유일하게 나마 더블엘리의 보완책은 '다전제'였다고 생각한다. 16강 3전 2선승제. 8강부터의 5전 3선승제의 다전제 시스템은 MSL로썬 다소 루즈한 진행 시스템이다라는 말을 감내하고서라도 최강자의 '산실'이라는 것을 지켜나가기 위한 어쩔수없는 선택이었고 나는 이를 지지한다. 그리고 하루만에 펼쳐지는 5전 3선승제는 다전제의 스토리라는 측면에서 최강자를 팬들에게 '각인'시킨다는 측면에서 오히려 훌륭하다. 그런데 이를 분리형 다전제로 시행한다는 것은 아마 프로리그 체제내에서의 선수들의 연습안배를 위한 어쩔수없는 선택일수도 있다. 그런면에서 분명 아쉽지만 이 분리형 다전제 시행을 바라보는 내 느낌은 프로리그에 대한 증오와 약자가 되어버린 MSL에 대한 안타까움이다.




    두번째, 8강 Kespa 랭킹에 의한 대진 배열. 분명 강자를 위한 '안배'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는 다소 아쉽다. 물론 스틸 드래프트로 인한 강자들의 이른 탈락은 MSL의 흥행에 치명타를 입혔기에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다만 이는 순수한 아마추어리즘에 의한 공정 경쟁. 그리고 내 '강자'에 대한 기준. 즉 어떤 대진을 통해서라도 최강자는 올라오게 되어있다라는 믿음때문에 다소 아쉬운 변화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는 리그 흥행을 잡아야한다는 MSL의 절박감 덕분에 아마추어리즘의 희생에도 불구하고 절대적인 공정성을 잃은 것은 아니기에 감내할만하다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12팀의 팀내 랭킹 최상위자 1인 예선면제. 개인적으로 이 세번째 조항이야말로 MSL의 프로리그에 대한 항복선언이며 절대적으로 리그의 존재여부를 의심하게 하는 심각한 변화이다. 그들은 그들의 리그를 더이상 믿지 못하고 있다. 32강이라는 양적 변화에도 올라오지도 못하는 스타를 위해서 케스파 랭킹을 위해 한명의 최상위자를 면제시키겠다? 그들은 이를 통해 자신들이 프로리그의 종속리그라는 것을 당당하게 선언해버렸다. 피씨방은 MSL 진출을 위한 치열한 생존경쟁이다. 이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공정하게 열려있는 시스템이며 수많은 변수 끝에 살아남아야하는 최강자들만이 가질수 있는 MSL의 티켓을 거머쥐기 위한 혈투의 전장이다. 이를 MSL은 날려버렸다. 아니 그 선택권을 프로리그에게 줘버렸다. 그들은 더이상 스타를 만들 자양분을 공급하길 포기했다라는 말이다. 공정성과 아마추어리즘은 온데간데 없고 프로리그의 찌꺼기를 받아먹고 연명하겠다고 스스로 선언한 꼴이다.  물론 MSL의 고민을 모르는 바도 아니고 그를 위해 팬들조차 앞의 두가지 변화는 안타까움에도 불구하고 용인할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단언컨데 3번째 조항은 당신들이 당신들의 리그를 믿지못하겠다라고 말하고 있는 꼴이다. 그리고 이는 당신들의 리그를 믿어온 팬들의 대한  절대적 배신 행위이다.  묵묵히 걸어가던 당신들을 응원하던 팬들을 말이다. 나또한 당신들을 묵묵히 응원하던 한사람의 팬으로써 3번째 조항만은 어떻게든 막아봐야 겠다라는 생각에 이렇게 팬을 들었다. 만약 이 세번째 조항을 계속해서 시행해나간다면 내 기억속의 MSL에 대한 작별인사를 미리 해둬야겠다고 생각한다.

                                       굿바이 My Star League! 
                                       위대했던 한 리그의 추억을 기억하는 한 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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