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송병구같은 스타일을 좋아하지 않아요. =일종의 커밍아웃=
강할 수 밖에 없는 상대에겐 철저하게 강하고 자신이 가진 것 이상의 것을 보여주지 못한다라는 점에서 재미는 없는 녀석이지요. 그래서 어제 결승은 스망빠의 한사람으로써 어느쪽이든 3:0의 결과가 나오길 바랬습니다. 결승에서의 송병구였고, 한쪽은 테테전을 그럭저럭하는 벌쳐놀이만 할줄아는 신출내기 테란이었기때문이죠. 바램과 예상은 달랐고 역시 결과는 예상했던대로 라고 생각합니다.


 혹자는 1경기의 병구플레이를 보고 다전제에서 '이기는법'을 체득했다라고 하지만 그동안 치룬 결승전이 몇개인데 그정도의 '학습효과'없는 선수가 그 자리에 올라온게 더 이상한 법이지요. 그런면에서 송병구는 송병구다운 결승전을 여전히 펼쳤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결승전에 격식에 안맞는 선수가 그 옆자리에 있었을뿐. 사람들은 무언가 끼워맞추고 연관시키는 일따위를 좋아해요. 그런면에서 정명훈이라는 친구는 복받은 친구입니다. 임을 닮은 '외모'가 있었고 최연성이라는 '코치'가 있었고 김택용과 박성균의 결승전이라는 결과가 이미 펼쳐졌으니까요. 하지만 저 셋은 실제론 떠들고 뭔가 관련짓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미신'일뿐이었죠. 그리고 결승의 경기는  전혀 연관성이 없다라는 사실 자체를 증명했을 뿐입니다. 아 물론 '임'의 동시시즈모드와 SO1 결승을 재현해내긴 했죠. 하지만 스코어는 우연일뿐이고 저 시즈모드는 프로토스전을 못하는 대부분의 테란들의 '평범한' 모습들일뿐입니다. 여전히 이 친구는  그가 며칠전 혹은 몇달전에 보여준 자신의 기량 그대로를 보여줬을 뿐입니다. 그런면에서 이 친구가 더 큰 '그릇'으로 발전할지에 대해선 의문부호를 던집니다. 물론 누군가처럼 한 선수의 재능의 크기를 함부로 재단하진 않겠지만요.



 3:2라는 결과만을 놓고보면 꽤 괜찮은 결과 같지만 실제로 경기 내용은 '재미'가 없었습니다. 여기에 흔히 쓰이는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는 경기정도로까지 불리겠지만 모든 사건은 원래 정치적으로 결합되면 재밌는 법이죠. 이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는 경기에 송병구의 스토리가 끼이면서 그나마 체면치례를 했습니다. 물론 저에게 그 스토리 역시 그냥 일부사람들의 '미신'이라고 치부했기에 사실 결승을 보고 난 느낌은 생각보다 찝찝한 기분이었지요.



누군가를 좋아한다라는건 생각보다 단순하고 머리로 설명하기 불가능한 것입니다. 물론 싫어하는 것도 마찬가지지만요. 어쨌든 그냥저냥 저에게 감흥없는 결승전이 이토록 글을 쓰고 싶게 한건 송병구의 '인터뷰'를 보고 나서였습니다. 내가 그를 오해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여전히 재미는 없는 녀석이지만 참으로 진정성이 느껴지는 녀석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박정석의 플레이를 보고 한때 감동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박정석의 플레이도 송병구와 유사한건 언제나 이길 상대를 이기고 질 상대에겐 지는군하라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송병구가 데뷔하던 시절을 '기억'합니다. 송병구의 데뷔시절의 모습은 박정석과 어딘가 닮아있었습니다. 그의 개인리그에서의 모습은 '안타까움'이라는 이름으로 기억되는데 그가 가진 재능이상의 것을 보여주지못하고 언제나 침몰하는-결국 종족적 비애를 한탄할 수 밖에없는- 캐릭터로 보여줬으니까요.



 그러나 어느날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그것은 점점 노쇠하던 강민의 마지막 유산을 한 겁없던 녀석이 자신의 '재능'과 결부시켜 탄생했습니다. 물론 정치적으론 맵이라는 영향력도 무시할수 없지만요. 그리고  전 그 겁없던 녀석의 팬이 되었습니다. 강하지만 부러지기 쉬운 외줄타기는 프로토스라는 매력의  끝이 저것이군하라고 느끼게 만들어주었습니다. 물론 이건 순전히 제 '팬심'으로 만들어진 허상일수도 있다라는 생각을 그때는 하지 못했습니다. 아니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07년 저는 그 친구의 팬으로써 불쾌했습니다. 프로토스의 '강함'을 증명한 그친구가 언제나 이겨왔던 -그리고 시대의 강자라는 1인자테란에겐 져왔던-  송병구와 같은 선상에 불려진다라는 사실이 말이죠. 그리고 언제나 이겨온 테란전에서의 강함쯤이야 별거아닌걸로 치부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제평가에에 걸맞게 여전히 송병구는 자신의 기량을 100% 보여주면서 지거나 이기거나를 반복했습니다. 그에 대한 예상은 너무 쉬웠고 그의 플레이 역시 언제나 재미없었을 뿐입니다.




프로토스가 이기는건 사실 재미있습니다. 그건 3.3이전 쌓여왔던 프로토스라는 종족의 비애에서 오는것들을  프로토스의 플레이에 대입하면서 생겨났던 것들이니까요. 그러나 07년을 기점으로 '프로토스''가 이기는 플레이에 감동을  못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맵이 받쳐줬고 프로토스가 이길 수 있는 '정석'적인 공식들이 서서히 정리되어왔기 때문이죠. 그리고 수많은 프로토스의 강자들이 생겨났고 전 그쯤부터해서 프로토스 종족팬이라는  것에서 점점 이탈해 한 개인의 팬이 되어갔습니다. 그런점에서 '택뱅시대'라는 07시대의 타이틀은 불쾌했고 송병구에 대한 태도가 점점 애증으로 바뀐건 당연한 순리입니다.  그는 여전히 시대의 강자였지만 자신의 100%이상의 것을 보여준적이 없으니까요. 물론 어제 결승전도 마찬가지였고 말이죠. 그러나 그의 인터뷰를 보고 송병구에 대한 이 장문의 글을 쓰기로 결심했습니다. 제가 틀렸던 점은 박정석의 100%와 송병구의 100%를 동일시하면서 온 것들입니다. 박정석은 100% 언제나 최선을 다해서 싸웠지만 시대에 발전에 자신의 기량을 맞추질 못했습니다. 그리고 그의 이기는 플레이에서 주는 감동을 점점 느끼기가 힘들어졌습니다. 반면에 송병구의 100%는 언제나 시대의 강자에 맞춰왔음을 간과했다는 점입니다. 송병구는 데뷔시절 자신의 기량을 100% 발휘하고도 지거나 이기거나 하는 프로토스의 '비애'였을 뿐입니다. 그러나 송병구는 자신의 100%를 시대의 '최강'에 맞춰왔고 그것을 맞추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했다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무수한 세월동안 한번의 흐뜨림도 없이 그것을 '증명'해왔습니다. 전 자신의 100%를 시대에 맞추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재능'인가를 이제야 알게 된듯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송병구 아니 프로토스의 끝을 송병구의 '발전'의 끝에서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프로토스는 강하지만 부러지는 불완전한 강함이 아니라 강하면서도 부드러운 절대적인 '강'의 가치를 송병구가 증명해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우승은 그 송병구의 '강함'이 증명된 하나의 사건으로 기억될지도 모릅니다. 이제 그에 대한 애증을 버리고 그를 조용히 지켜보려고 합니다.  물론 저의 예상은 여전히 송병구의 결승 상대가 송병구와 유사한 실력의 소유자라면 '준우승'을 하리란 것이지만요. 그러나 우린 알고 있습니다. 그 우승한 상대가 정체되어 올드게이머가 되는 날까지도 송병구는 여전히 그 시대의 강자와 치열한 전투를 치르는 것을 우리는 목격하리라는 것을 말이죠.
                            
                                          송병구의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후일담 :: 2008. 11. 2. 11:07 Out-/스덕 스덕
(- 오늘 방문자) (- 어제 방문자) (- 총 방문자)
*s e a r c h
Category openCategory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