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서울 시내의 전형적인 주택가가 이 영화의 배경입니다.

봉준호의 괴물이 그려냈던 그로테스크한 괴물의 모습은 그 괴물이 있던 공간인 '서울'이라는 공간으로 인해 더욱 빛을 발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이 영화 추적자의 서울의 주택가의 모습은 현재 한국 시대의 전형적인 공간이 연쇄살인마라는 또 하나의 '괴물'을 잉태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을 관객들에게 상기시킵니다. 특히나 초반부에 전개되는 주택가의 정경은 우리가 사는 일상적 공간이 주는 '공포감'을 극대화하는데 일조합니다.


 살인의 추억이 지나간 과거의 살인에 대한 '추억'이라면 이 영화는 현재의 살인에 대한 '기록'입니다. 그런점에서 이 영화가 지향하는 화법이나 대칭점들은 어딘가 모르게 살인의 추억을 닮아있습니다. 80년대를 상징하는 부패하고 무능력한 '공권력'은 현재 '실용성'이라는 탐욕적 가치를 우선시하는 현재의 '공권력'의 우스운 모습에 대입됩니다. 그렇지만 살인의 추억에 비해서 이 영화의 유일한 단점은 바로 이 과도한 '대입'에 있다고 봅니다. 봉준호가 영리하게 혹은 유머러스하게 이런 문제들을 지적한 반면에 이 영화에서의 상징들은 조금더 도식적이거나 직설적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무능력한' 공권력의 상징인 경찰의 경우 그 능력에 대해서 기술한 부분에 있어서 후반부로 치달을 수록 일관성을 잃어버리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점과 덧붙여 후반부의 인위적인 서사적 구조는 이 영화가 '살인의추억'에 버금가는 명작이 될 뻔한 기회를 놓친점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홍진감독의 추격자는 정말 근래에 보기드문 한국영화의 '쾌거'라고 생각합니다. 단 한편의 장편 영화로 한국 영화 역사상 최고의 완성도를 자랑하는 봉준호의 '살인의추억'에 비교된다라는 것만으로도 감독으로썬 영광이 아닐까요? 특히나 많은 부분들이 '살인의추억'의 영향을 받고 있긴하지만 장면 장면들의 디테일한 연출이나 카메라 시퀀스들은 단 한편의 장편 영화를 만든 신인감독의 작품이 맞는지를 의심될 정도로 안정적입니다. 물론 이런 좋은 장면들은 열연한 배우들 덕분이기도 합니다.

 

   주인공 역활을 맡은 두 배우 김윤석과 하정우는 기대 이상 혹은 기대만큼의 호연을 보여줍니다. 다소 아쉬운점이라면 김윤석의 캐릭터가 송강호가 연기하고 있는것같다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캐릭터의 유사성을 보여준다라는 점이 약간은 아쉬운점이라고 할까요?  특히나 전 하정우라는 배우에 대해서는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김윤석의 경우 이미 '타짜'라는 작품으로 어느정도 눈도장을 찍은 상태였으니까요. 하정우는 근래에 수없이 쏟아진 사이코 패스들의 연기들을 답습하기보다는  자기 캐릭터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제가 검은집에서의 '황정민'의 연기하는 모습을 보지못했기에 이런 말에 확신을 가질순 없지만요. 어쨌든 다시한번 '살인의추억'과 비교하자면 '살인의추억'에서 박해일이 만들어낸 이미지를 벗어나 인텔리함과 광기가 묘하게 결합된 사이코패스를 제대로 연기했다라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경찰서에서의 그의 진술씬은 비교적 짧은 대사로 이루었었지만 굉장히 인상깊었습니다.


짧게 총평을 내려보자면 꽤 기대감을 가지고 영화관을 가더라도  실망시키지 않을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살인의추억'같은 한국 영화계의 '기념비'적인 작품과의 비교는 이 작품의 본질을 오히려 못보게 할 우려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소재의 유사성에서 오는 비교는 어쩔수없다고 생각합니다만. 어쨌든 이 작품은 이제 첫 장편을 만들어낸 신인 감독의 작품일 뿐입니다. 그렇다면 현재 그의 작품에 대한 과도한 찬양적인 시선 혹은 비판적 시선보다는 앞으로 한국 영화계를 이끌어나갈만한 기대감을 가진 '감독'이 나왔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는게 좋을꺼 같습니다.

ps. 한가지 빠뜨린점.
이 영화가 또 하나 아쉬운건 전반적인 영화의 아트디자인입니다. 영화의 색감이 지나치게 사실적이다라는 점이 물론 리얼한 이미지를 가져올 순 있지만 중간 중간 상징적인 메타포들이 등장하는 곳에선 조금더 독특한 색감이 필요했다라는 느낌이 들더군요. 특히나 살인의 주 공간인 서울의 복잡하고 비뚤어진 주택가의 모습들에 조금더 색채감이 입혀졌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추격자 (2008) :: 2008. 2. 15. 12:10 Out-/Movi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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