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들이 흔히 천재라고 부르는 사람들의 작품을 보고 그래 천재구나라고 느끼는건 쉽다.
그냥 그것은 공감일뿐 절대적으로 내가 천재라고 부르는건 아니니까.
그러나 내가 스스로 누군가를 천재라고 생각하는건 살아오면서 한번도 없었고 심지어는 이런 생각을 했다.
내가 인정하는 99명의 천재들을 만나게 되면 생을 마감하기로...
그리고 처음으로 내 스스로 천재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작품을 만나는 '비극(?)'에 조우하고 말았다.
폴 토마스 앤더슨을 인정하기 까지 10년이 걸린것인가. 아니면 그의 다른 작품엔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던 나의
뇌와 심장이 왜 유독 이 작품에만 열광하는 것인가.
아무튼 폴 토마스 앤더슨의 펀치 드렁크 러브는 두 사람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꿨다는 점에서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첫째ㅡ 난 아담샌들러를 좋아하지않는다. 그의 코메디를 보고 있으면 아 나는 열나게 연기를 하고 있어요라고 하는 반응이 느껴지기 때문이다.그냥 난 아담 샌들러의 코메디를 보고 웃은 기억이 없다.
그런데 펀치 드렁크 러브에선 미친듯이 웃었다. 그가 웃겼기 때문에 그런게 아니라 그가 연기를 하고 있는걸 비꼬는구라라는 생각이 이 영화를 통해 느껴졌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둘째ㅡ 폴 토마스 앤더스은 평론가들이 사랑하는 감독이다. 그리고 난 여태껏 왜 평론가들이 그를 그렇게 치켜세우는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이 영화를 통해 비로소 조금이나마 알 것 같다. 폴 토마스 앤더스는 엄청난 고전 영화 매니아이다. 이 영화에는 헐리웃 고전 영화들의 유수한 전통들을 그대로 패러디해내고 있다. 호러, 스릴러, 드라마, 코메디 모든 것이 하나의 시퀀스에서 작용한다. 그리고 그것을 폴 토마스 앤더스는 장르를 가지고 장난치듯이 변주해낸다. 또 하나, 이 작품은 색깔과 빛의 마법을 보여준다. 그의 스토리 텔링은 말도 되지 않지만 그의 연출은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훌륭한 로멘틱 코메디로 만들어 버렸다.
파란 남자는 빨간 여자를 짝 사랑한다. 이런 단순한 이야기가 회색톤의 빛과 어울려지고 사람의 심리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빛의 기본은 흰색이라고 파란색도 빨간색도 결국 흰색에서 출발했다.
그래서 그들은 숨겨진 그들의 비슷한 점에 공감하고 사랑을 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