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누구나 바라는 점심시간.
뭘 먹을까 한참을 고민하던 차 게으른 몸을 이끌고
주방에 도착한 나는 잠시의 고민 이후 짜파게티를 끓여 먹기로 결심한다.
짜파게티면이 익어가고 뜨거워진 양은 냄비를 숟가락으로 지탱한 체
물을 따라내기 위해 싱크대쪽으로 향한다.
한쪽 면을 살짝 기울여 물을 따라낼려던 찰나.
너무 힘을 준 것일까. 냄비 면을 부드럽게 미끄러져 내려가던 면들은
정확하게 싱크대 하수구 속으로 빨려들어간다.
'비명'을 질러될 새도 없는 찰나에 일어난 일.
허겁지겁 면을 집어 볼 여유도 없는 이때.
배꼽 시계는 울러대고 내 머리는 멍한체 조용히 핸드폰 카메라의 시선으로
내 날아가버린 '점심식사'를 응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