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무어는 굉장히 운이 좋은 사람이에요. 그는 911 덕분에 혹은 그와 비슷하게 터진 총기사건덕분에 그가 취재하고 있던 다큐멘터리들이 시사적으로 가장 유효적절하게 사용하면서 엄청난 흥행 감독이 되었으니까요. 물론 그 뒷면엔 마이클 무어에 대한 정치적 편향성에 대한 비판이나 근래에 들어서 알게된 사실이지만 마이클 무어의 다큐멘터리 조작에 대한 이야기까지 뒷 얘기가 끊이지 않는 것도 사실이에요. 어쨌든 그런 와중에 이제 더이상 시대적 상황과 관련없는 소재를 다룬 이 영화가 대중들에게 선보이게 되었죠.
결과는 어떻냐구요? 네. 전 그가 그런 시대적 우연이 없었더라도 충분히 작품만으로도 사람들을 끌 수 있는 타고난 감독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다라고 생각해요. 미리 짧게 결론을 내리자면 약간의 정치적 편향성만 감안해서 작품을 감상한다라면 이 작품은 대중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굉장히 훌륭하고 재미있는 영화라는 사실이에요. 일반적으로 다큐멘터리라고 하면 사람들에겐 지루한 "사실"전달과 지나친 프로파간다적인 인상을 주는게 사실인데 마이클 무어의 다큐멘터리들은 "사실-논란의 여지가 있긴하지만"을 바탕으로 극을 어떻게 구성하느냐를 통해서 다큐멘터리가 영화보다 재밌을 수도 있다는 걸 보여주는 거같아요. 만일 그가 극 영화의 감독을 하더라도 그의 재능을 인해 훌륭한 흥행감독이 되었을 꺼라 생각해요.
한편 이 영화의 내용은 주로 미국의 의료 보장 시스템에 대한 것이에요. 그러나 예전처럼 그는 시스템이나 정치에 대해 과도하게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애쓰지 않죠. 오히려 다른 나라의 의료 시스템과 비교하거나 그 시스템에 희생된 사람들에게도 더 관심을 기울이려는 모습들을 보여주니까요. 저에게 이런 모습들은 오히려 예전의 작품들보다 성숙해졌다라는 느낌과 함께 그의 작품들이 한단계 더 진일보했다라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어요. 그리고 약간은 억지스러웠던 후반부의 911 테러 봉사단의 "치료 여행"도 주관적으로 평가를 내릴땐 꽤 감동적으로 지켜본 장면들이었고 그것을 무리하게 끌고나간 것에 대해서도 마이클 무어의 판단이 옳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예전 그의 작품들은 보는 사람들을 조금 지치게하는 약간은 건조한 면을 지니고 있었는데 그런면들을 이 영화에서 줄이기 위해 노력한 점이 보였다고 할까요. 뭐 마이클 무어가 늙어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요.
어쨌거나 마이클 무어 작품중에서 가장 부담없이 그러면서도 사람들에게 자신이 하고 싶은 "메세지"를 전달해 줄 수 있는 작품이라는 건 사실이죠. 그리고 그가 지금까지 만든 작품들중에 개인적인 만족감면에서 가장 큰 점수를 주고 싶기도 하고요.그렇게 생각하니까 이제 마이클 무어의 새로운 프로젝트가 더더욱 기대감을 가지도 하네요.뭐 그런면에서 조금 더 성숙되고 발전한 마이클 무어의 작품을 기대해보는 것도 이 작품을 감상하는 즐거움중의 하나라는 생각도 드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