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영화를 보면서 끝까지 보긴 했지만 화가 나긴 처음이다. 자신이 판단한것과 대부분의 평론가들이 판단하는것에 크게 다름을 못느끼고 살았는데 이 영화만큼 내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린 영화는 처음인거같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걸작 혹은 수작이라고 칭하는 사람들이 사기꾼으로 보일만큼 영화에 대해서 불만이 많다. 일단 영화 자체가 나쁘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영화 자체가 지나치게 과대 포장되어있다는 점에 매우 화가 난다.
특히나 Babel이라는 영화제목을 지은 감독에 대해 비웃음과 조소를 보내는 바이다. 한마디로, Babel이라는 제목은 정말 감독의 자의식 과잉이 빚어낸 자가당착적인 Babel 탑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 영화의 주제는 언어의 미스커뮤니케이션과는 전혀 상관없는 Attitude적 "소통" 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영화에서 백인들의 "편견"으로 인한 다른 인종의 커뮤니케이션이 빚어낸 "오해"가 이 영화를 관철하는 주제이며 감독이 애초에 생각해낸 3가지 에피소드를 하나로 묶는 시도는 주제의식에서 부터 이미 실패했다고 보인다. 특히나 일본 에피소드는 순전히 곁다리로 밖에 보이지 않는 부분을 연출적인 수사학으로 무리하게 이끌어 갈려는 흔적이 보였다.
물론 일본 에피소드를 넣은 감독의 고충은 알만하다. 아이디어만으로 만들어낸 이음새를 연출로 극복하기 위해선 완급 조절이 필요했고 이 부분에 가볍게 들어갈 수 있는 부분이 일본 에피소드였을 것이리다. 하지만 영화 전체적인 완성도에서 일본에피소드는 전혀 필요없는 것이 되었고 오히려 극의 주제적 통일성을 해치는 결과만을 가져왔다고 본다.
한편 이야기구조에 있어서도 이 영화의 내러티브 구조는 식상할정도로 많이 쓰여왔다는 점에서 그다지 놀라울정도의 이야기는 아니었다는 점이다. 오히려 영화를 무리하게 옵니버스식 구조로 엮어가는 과정에서 영화의 흐름이 끊긴다는 인상마저 받게 되었다. 그래서 이 영화의 이야기구조에 대해 "놀랄정도로 창의적이다"라는 수사어구를 붙이는 평론들에 대해서 개인적으론 전혀 공감이 가지않는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의 최대 실패는 아이러니하게도 극의 주제인 "소통"의 부재이다. 감독의 과도한 주제의식의 과잉이 너무나 우직하게 반영되어 버려서 정작 신경쓰야할 관객과의 "소통"에 영화는 실패하고 말았다고 본다. 물론 "아트영화"의 필요성과 영화의 "예술성"을 간과해선 안되는 법이지만 관객과의 소통을 위한 "언어"적 배려가 없는 영화를 최고의 작품이라 칭하기엔 왠지 그들만의 "잔치"라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바이다.
Ps. 아마 개인적인 호불호가 상당히 많이 반영된 리뷰가 된거같다. 그만큼 영화에 대한 기대치가 커서여서 그런건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조금 영화에 대한 칭찬을 덧붙이자면 일단 감독이 주제의식을 영상언어로 표현하는데 있어서 굉장히 능숙하다는 점이다. 이나리투감독이 극의 표현방식에 대한 집착과 주제의식에 대한 우직함을 버리고 극의 내러티브적인 완성도에 조금더 투자했다면 훨씬 좋은 작품이 나왔을꺼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