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드라마를 결말까지 보고 국어책에서나 볼 수 있는 표현대로 눈물이 "펑펑" 흘렀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드라마를 보고 이러냐고 묻는다면 그리고 그 눈물을 흘린 자가 평소에 인간관계에 대해서 언제나 무심하고 시크한 태도로 일관하는 자라면 이 드라마의 마력이 어떤 정도인지 짐작이 갈까?
사실 이 드라마를 처음 보게 된건 타고난 무심하고 시크한 내 평소의 라이프 스타일 때문이었다. 한동안 인터넷 상에서 회자된 예고편을 보고 온갖 재롱의 대표어구로 쓰이는 현 "대통령"을 감히 조선시대 최고의 성왕이라 불리는 "정조"와 비교하는 무모함이라니. 거기다 묘하게 아귀가 떨어지는 그 짧은 예고편은 대부분의 일반적인 시청자에게 반감을 일으켰을지는 모르겠지만 무심하고 시크한 본인에겐 묘한 끌림을 이끄는 면이 있었다고 하겠다.
그러나 본 내용을 보면서도 사실 이 드라마의 전체적인 면에 끌린게 아니라 정치적인 이슈에 끌렸기 때문인지 다른 면에 대해서는 조금더 냉정하고 가혹하게 잣대를 들이되면서 바라보는 내자신이었고 이 드라마는 그런 가혹한 잣대속에서 초반부는 상당히 평가절하되게 되었다. 일단 이드라마가 KBS에서 방영되었다는 점이 가혹한 잣대를 넘어 색안경을 끼고 보게 되는 가장 첫번째 이유였고 연출이나 배우들 대다수가 검증되지않았다는 이유가 두번째 이유였다.
그리하여 첫편을 바라볼때 내 입에서 가장 먼저 튀어나온 말과 자주 튀어나온 말은 "촌스러움" 과 "어설픔"이라는 단어였다. 물론 이런 촌스러움과 어설픔이 드라마가 끝나고 색안경을 버리고 평가했다고 쳤을때 달라질지는 확신하지 못하겠다. 다만 현재 이 드라마에 대한 나의 호감도를 봤을때 평소에 익숙한 외국의 수많은 스타일리스트들의 영상들과 비교하여 깎아내리는 잔인함을 보여주진 않으리라 확신한다. 그럼 이 드라마의 "마력"은 무엇일까?
이 드라마를 보게 된 첫뻔째 이유인 정치적 세계관이 이야기에 아주 훌륭하게 녹아 들었다는 점이다. 이 드라마의 풀 네임은 한성별곡 正이다. 그러나 이런 복잡하고 다원화된 세상에서 正이란 단어는 너무나 우직하고 무식한 단어이다. 특히나 무심하고 시크한 자들에게 正이 무슨 소용인가. 그러나 이드라마는 正을 드라마의 내적인 측면과 외적인 측면 모두에서 보여주는데 성공하였고그 正의 힘은 무심하고 시크한 당신조차 한방에 KO시키는 "마력"을 지녔다고 과감히 말할수 있다.
이 드라마의 내적인 正의 힘은 바로 우직하게 짜여진 인물들과 스토리이다.이 드라마는 현재 유행하는 "퓨젼사극"과는 정반대를 걸어가는 퓨젼사극이다. 굉장히 아이러니한 표현인데 이런 표현을할수 밖에 없는 이유를 지금부터 설명하겠다. 현재 소위말하는 "퓨전사극"은 MBC의 사극들이 시도한 일련의 RPG식 사극을 일컫는 표현이다.
이런 사극들의 이야기 구조와 캐릭터들은 트렌디 드라마의 구조와 유사하다. 캐릭터들의 세계는 시청자들에게 신선함을 보여주기 위한 껍데기일 뿐 이야기의 캐릭터들은 현대 트렌디 드라마와 같은 모습을 선사한다. 이런 퓨젼 드라마는 대중들의 입맛을 자극하면서도 식상하다. 내가 그런면에서 이 한성별곡 正을 기존의 "퓨전사극"과 괴를 달리하는 "퓨전사극"이라 부르고자 함 바로 이 드라마의 캐릭터들과 이야기 구조가 正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의 캐릭터들과 이야기의 핵심은 분명 멜로드라마이다. 이는 기존의 퓨전사극의 트렌디 드라마와의 장르적 유사함이라고 할수 있다. 그러나 이 드라마의 멜로구조는 지극히 고지식하고 고루하다. 그런데 그점이 이 드라마를 기존 "퓨젼사극"과 다르게 만드는 요소이다.이 드라마가 단순히 멜로구조 자체만을 가지고 퓨전사극 형태를 가지고 갔다면 분명 형편없는 사극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극의 캐릭터들을 기존 퓨전 사극이 시도하지 못했던 아니 어쩌면 식상하고 대중적이지 못해 시도하지 않았던 사극의 시대적 배경과의 접목을 완벽하게 시도했다는 점이다. 그런점에서이 드라마는 태생적으로 시청률의 한계를 안고 가는 위험을 가지게 되었고 그것은 그대로 시청률로 드러나고 말았다. 그러나 무심하고 시크한 나에게 시청률이 높은 드라마가 무슨 상관인가. 나만 재밌으면 돼지侮.
다시 드라마 이야기로 돌아와 이드라마의 내적인 正이 우직한 캐릭터들과 세계관이라면 외적인 측면은 이드라마의 시기적 논란성과 예의 정치적인 수로 보여질수 잇는 예고편에도 불구하고 어떤 정치적 의도를 드러내지 않고 正을 그대로 보여주었다는 점이다.이 드라마 아니 이 드라마의 역사적 인물들은 실존인물이며 그 실존인물들의 대한 호불호는 나름의 정의라는 이름의 잣대로 평가되고 있다.
드라마는 그런 정의가 현시국과 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상황에서도 어떤 포장도 왜곡도 하지 않고 그대로를 보여주면서도 역사적 인물들에 대한 드라마적 재평가를 할 수 있게 하였다. 이 드라마는 역사적 인물들의 행동을 비교적 역사와 비슷하게 고증을 하면서도 절대 선 절대 악이라는 개념으로 비추지 않는다. 그리하여 이 드라마를 보다보면 정치의 正이 시대와 세계관에 의해 얼마나 바뀌어 나갈수 있는지를 느끼게 해준다.
이런점에서 정의를 가지고 신념을 지키려는 자들에게 현실정치가 얼마나 힘든지를 보여주는 정치적 입문서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런점에서 무심하고 시크하면서 어떤 정치적 면에 있어서는 이상적인 正을 생각하는 나에게도 굉장히 정치적 성장을 하게 해준 고마운 드라마라고 해야겠다. 마지막으로 이런 드라마의 정직한 시도가 정당한 평가와 대접을 받았으면 하는 일말의 아쉬움을 느끼며 드라마에 대한 엔딩에 대한 표현을 마지막으로이 드라마에 대한 감상을 끝내고자 한다.
"드라마의 비극적 결말은 가벼운 시대에 대한 치기 어린 반항이며 이런 시도가 흥미로운 점은 낡고 고루한 결말의 이야기가 진정성의 힘만으로 드라마의 매력을 이끌어내줄수 있다는 가장 평범한 교훈을 우리에게 준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