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la Girls”-일본 휴먼 드라마의 자화상
1960년대 후반의 탄광촌. 이제 “석탄박물관”이라는 이름이 익숙한 풍경인 탄광촌의 쇠퇴는 이 영화가 일본 영화임에도 우리에겐 어디선가에서 들은 혹은 본 낯익은 광경이다. 그러나 이 영화를 더더욱 “낯익게” 만드는 것은 이 영화가 전부 어디선가 본듯한 시퀀스로 채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영화로서의 장점이자 또한 이 영화가 이상일 이라는 감독의 영화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영화를 만든 이상일 감독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그의 전작 “69”을 보았다는 것과 그가 몇 편의 상업 광고를 찍었던 과거가 있다는 사실 뿐이다. 그런데 그의 전작 “69”을 보았을 때 느낀 이상일 감독의 한계와 가능성을 이 영화에서도 그대로 느껴진다는 점이다. 전작인 “69”에서 그의 감각적인 영상 스타일은 매우 훌륭했지만 전체적인 영화를 본 느낌은 “포스트 이와이슌지” 로써의 가능성과 스타일 적 유사함이었다. 그리고 이 영화 훌라걸스에서 또한 어디선 본듯한 영화라는 인상을 받게 되었다는 점은 조금은 한국인 감독을 응원하는 입장에서 안타까운 사실이다.
정리하자면 이 영화는 우리가 아예 일본식 휴먼 드라마라는 장르적인 혐의를 지울 정도로 국내에서 자주 선보였던 수오 마사유키나 야구치 시노부의 영화들의 모든 클리쉐를 조합해서 만든 영화라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 영화가 익숙하고 낯익은 클리쉐로 가득 차 있다고 해서 그저 그런 카피 영화는 아니라는 사실 또한 간과해선 안 된다.
첫번째로, 이 영화는 노장 감독들의 영화보다 훨씬 스타일리쉬하고 영상적인 면에서 뛰어나다는 점이다. 특히 탄광촌의 전체적인 풍광을 표현한 시퀀스에서 느껴지는 카메라의 연출 감각과 색채감은 의도적인 촌스러움을 시도했던 일본식 휴먼 코메디의 화면들에서 조금은 세련된 “웰메이드적인 휴먼코미디”로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시도였다는 생각이 든다.
두번째로, 이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영화를 실화에서 기반한 “휴먼 드라마”로 바라본다면 영화적 클리쉐에 대한 의구심이 조금은 완화된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만약 감독이 이런 논란을 미리 우려해서 “실화”라는 장치를 차용한 것이라면 어느 정도 이 시도는 성공했다고 보여진다. 그리고 그런 실화적 장치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훌라걸스의 주인공들을 “아오이 유우”외에는 무명의 배우 혹은 전혀 예쁘지 않은 평범한 배우들을 썼다는 점 또한 이런 의도에서 좋은 시도였다고 보여진다.
앞서 이야기한 내용을 다시 정리하자면 이 영화는 일본식 휴먼 코메디의 장점과 가능성들이 잘 어울려진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일본식 휴먼 코미디에 익숙해진 관객들에게 진부한 느낌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긴 하나 따뜻한 봄날에 가족끼리 혹은 연인끼리 볼 수 있는 부담 없는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아오이 유우”의 구수한 사투리 연기와 예쁘게 훌라춤을 추는 모습을 기대하는 관객들에게 이 영화는 좋은 선택이 될 거라고 보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