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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 영화 감상평을 쓸때 한문장을 써내려가기가 어려운 영화들이 있습니다. 그런 영화들은 두부류가 있는데 하나는 워낙 형편없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뭔가 감상평이 쓰고싶을때, 그리고 다른 하나는 영화를 보고 뭔가 강렬한 인상을 받았는데 그 인상을 "글"로 표현하기에  글빨이 부족하거나 글로는 수식하기 힘들만한 느낌을 받았을입니다. 가족의 탄생은 다행스럽게도 후자의 경우. 그러므로 제가 지금부터 써내려가는 가족의 탄생이란 영화의 평이 조금은 못 미덥더라도 알아서들 판단하길 바래요.

 이 영화는 올해 본 한국 영화 아니 외국 영화를 포함한 모든 영화들중에서도 가장 빛나는 아이디어를 지닌 작품입니다. 정말 보면서 제가 영화를 만들면 이런영화를 만들고싶어라는 아이디어를 그대로 스크린에 옮긴 몇안되는 작품이라고 할까요.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가족의 탄생이자 감독의 탄생입니다. 그리고 이 훌륭한 아이디어들은 개성적인 캐릭터를 창조해내는 데 성공하였고 탁월한 배우들의 연기와 감독의 연출력 또한 빛났습니다. 특히 문소리씨의 연기는 제 개인적인 배우에 대한 "재발견" 정도의 의미를 지닐정도로 훌륭한 연기를 펼쳐보였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다른 배우들의 연기도 말할것도 없구요. 사족을 더하자면 고두심씨같은 이제 나이를 먹은 여배우의 젊은 남자배우와의 앙상블은 정말 신선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중년배우들을 활용할 만한 영화가 더 만들어졌으면 좋겠군요.

 이런점에도 불구하고 전 이영화를 올해 최고의 한국영화로 생각하진 않습니다. 이제부터 그 이유를 몇가지 아니 한가지만 대자면 이 영화의 빛나는 아이디어들이 장편영화를 이끌기엔 힘이 부쳤다는 겁니다. 영화를 사전정보도 없이 본게 영화감상을 하는데 도움은 됐지만 이 영화가 옵니버스식 구성이다라는걸 알게된 순간 약간 실망하게 되더군요.  이 영화를 제가 높게 평가함에도 "최고"라고 생각하지않는 이유는 다시 말해서 장편영화를 구성할만한 각본과 구성력이 영화상에선 보이지않았다는 점입니다. 감독이 처음부터 그렇게 기획한걸 어쩌냐구요?

네 물론 이영화는 중편 하나하나의 완성도를 보면 괜찮습니다. 그러나 지나친 단편적 호흡이나 각 시퀀스간의 전체적흐름보다는 하나하나의 시퀀스자체에 공을 들였다는 점에서 감독의 두시간정도의 장편영화 연출력에는 여전히 의문부호를 품게되더군요. 저런 아이디어를 가지고 단편 혹은 중편정도의 영화를 만들 친구들은 많진 않겠지만 어쨌든 존재하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가 올해 최고의 한국영화로 뽑힌다면 그것은 한국영화 전체에 비극입니다.

이것은 이영화를 능가할만한 창의성있는 장편영화가 없었다라는걸 반증하는 셈이니까요. 다시 말하지만 이 영화는 여태 제가 알고있던 한국영화의 거장들의 영화와 다른 정말 신선한 아이디어로 빛나는 작품입니다. 다른 재능있는 한국영화 감독들이 하는 일이라곤 완성도 높은 장르영화를 만들거나 외국의 거장감독의 흉내를 내거나 장르영화를 살짝 비트는 일밖에 없으니까요. 이런점에서 전 김태용 감독에게 거는 기대가 큽니다. 처음으로 "창조력"이 빛나는 영화를 만났다는 점에서요.

Ps. 가족의 탄생의 마지막 에피를 보면서 아 이런식으로 옵니버스를 연결시킬수가있구나라고 잠깐 감탄했습니다. 그리고 첫번째 에피와도 어떤식으로 연결될까라는 점에서도 기대하게 했구요. 명백히 빛나는 아이디어인건 인정하지만 너무 영화가 아이디어와 소품에 의존한다는 점 역시 지워버릴수가 없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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