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이준익 감독의 영화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습니다. 라디오 스타의 전작인 "왕의남자"가 천만을 넘는 관객을 넘어선 작품이 되었지만 그의 연출력엔 여전히 물음표를 던졌으니까요. 그러면 이작품을 보고 바뀌었냐구요? 여전히 대답은 "NO"입니다. 그러나 단 하나 분명한 건 이준익감독의 영화들은 조금더 좋아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제 그의 최고의 작품은 "라디오스타"라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제가 이준익 감독의 영화를 그렇게 높이 평가하지 않는 이유는 그의 영화들이 감독의 덕목인 연출력보다는 다른면에서 더 빛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의 전작인 "왕의남자"는 감독의 연출력보다는 "원작의 완성도"와 "배우들의 연기력"이 빛났던 작품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그의 연출력이 형편없느냐라고 묻는다면 그것역시 아니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단 하나 이준익감독의 문제라면 영화내에서 연출의 퀄리티가 너무나 들쑥 날쑥하다는 점입니다. 이점은 그의 첫작품인 "황산벌"에서도 발견됩니다. "황산벌"은 전반적으로 형편없는 작품입니다만 몇몇 시퀀스에선 아주좋은 모습들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런 좋은 시퀀스들은 "왕의남자" "라디오스타"들에선 발견되는 횟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를 높이 평가할 수없는 이유는 그의 "의도적인" 연출들이 보이는 장면들이 너무나도 형편없어 보이는 장면들이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라디오 스타에도 적용됩니다. 진부한 초반씬을 넘기다보면 중반이후에 라디오스타의 전개는 굉장히 작위적인 장치들에도 불구하고 "진정성"이 넘쳐나는 시퀀스들이 보입니다. 이는 환상적인 연기력을 선보이는 두연기자의 몫도 물론 크겠지만 엄연히 감독의 연출력도 빛나는 장면들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후반부로 들어서는 순간부터 영화는 전혀 다른 영화로 바뀌어갑니다. 한국영화 전반에서 볼수있는 진부함이 그대로 묻어납니다. 물론 이런 장면들 역시 두배우의 연기력으로 충분히 눈감고 넘어갈수있긴하지만 감독의 연출에 있어서는 실패했다고 보입니다.
사실 영화의 전체적인 흐름에 있어서 후반부는 감독의 연출력이 그렇게 문제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80년대식의 우직한 드라마를 보여주던 영화가 느닷없이 2006의 현실세계로 들어온 느낌을 지워버릴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안성기씨의 연기또한 전반적으로 훌륭했음에도 불구하고 단점들이 눈에 보입니다.
영화의 초중반까지의 안성기씨의 모습은 예전 그의 전성기시절 작품인 "개그맨"이나 "고래사냥"같은 작품들에서 보이는 매우 희극적이면서도 진정성이 느껴지는 모습을 어렴풋이 느끼게 합니다. 그러나 그의 그런 모습들이 후반부의 작위적인 설정에 와서는 매우 과장되고 우스꽝스럽게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그순간부터 안성기씨의 매력이 조금씩 사라져가서 너무나 아쉽습니다.
그러나 이런 지적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썩 괜찮은" 영화입니다. 앞에서 지적된 시퀀스의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작품전반적인 완성도는 꽤 높은 편이니까요. 이렇게 우직하게 밀어부치는 영화도 나쁘지않습니다. 대중들이 원하는 영화는 여우같고 똑똑한 현실적인 모습은 적어도 아닐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