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디씨 도갤에 들어갔다가 재밌어서 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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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고 다녀서 폼나는 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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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고 다녀서 폼나는 책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예를 들어서 법에 관련된 책 들고 다니면 왠지 똑똑해 보이는 것들 있잖아요~
질문자가 선택한 답변
이런 책 들고, 이런 책은 피할 것
책의 근본적인 기능은 전시하는 데 있다 - 소설가 김영하
책은 마음의 양식이지요. 하지만 서가에 꽂힌 장엄한 책들. 그런 전시되는 책들의 무게와 위력은 만만치 않습니다. 그렇습니다. 책의 중요한 또 하나의 용도는 책의 '전시적' 기능입니다. 그 기능을 들고 다니면서 사용하겠다는 것은 결코 이상한 생각이 아니지요. 하지만 괜히 전문서적(법전 등) 어설프게 들고 다닌다고 똑똑해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아마 님이 원하시는 것은 '똑똑해' 보이는 것보다는 '지적'으로 보이는 것 같군요. 그렇다면 뱅뱅이 안경 쓴 모범생 샌님 책들은 곤란하겠지요. 그런 기준으로 골라 보겠습니다.^^
여학생들은 책들을 가슴에 안고 다니죠. 왜냐하면 간단합니다. 여자들이 많이 쓰는 가방이 대부분 작기 때문에 대학용 책들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가슴에 안고 다니는 여대생들. 왠지 멋지죠. 님이 남자인지 여자인지는 모르지만 모름지기 작은 가방과 커다란 대학노트와 책이 있으면 좋겠지요.
전 패키지 상품(?)을 추천합니다. 서울대, 연고대 도장 꽝하니 찍힌 걸루 가슴에 안고(남자라면 한 권 정도 손에 집고 다니는 거 추천입니다. 물론 은근히 도장 보이면서 말이죠) 여성은 작은 가방(똑똑해 보이려고 이스트팩같은 가방 사용하는 건 비추천입니다. 요즘은 프라다같은, 이쁜 여성용 가방 메고도 똑똑한 여자 많습니다. 멋도 부리는 똑똑한 여대생으로!)을 추천하고 남자는 옆으로 메는 가방을 추천합니다. 남자분이면 도수없는 안경도 추천이지요. 갈색같은 거. 물론, 지하철 같은 곳에서 잠깐 기대어 책을 뒤적이는 것도 중요합니다. 옷은 무난하게. 들고 다녀서 폼나는 책은 코디도 중요한 법이지요. 양아치 패션으로 명문대 책 들고 있으면 달리야 보이겠지만 똑똑하게 보이는 것은 광고에서나 나오는 겁니다.
뒤적거리기에는 이런 책들은 하품이 나옵니다. 게다가 굳이 이런 책을 구하는 것도 우습게 느껴지실 수도 있겠군요. 그렇다면 철학서적이나 문학서적 중에 골라 봅시다. 자아, 코디는 이런 식으로 가고...철학에는 어떤 게 가장 소위 '뽀대'가 날까요. 바로 니체나 프로이트, 자크 라캉, 미첼 푸코, 질 들뢰즈 등 어느 정도 유명한 현대 철학 쪽이 좋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같은 건 별로 뽀대가 안 나요. 게다가 지금 열거한 책들은 요즘에 간행된 것들이 있어서 책도 이쁩니다. 도서검색이 되는 인터넷서점에서 이런 이름을 넣고 최근 책을 찾아보세요.
문학 쪽은 어떨까요? 일단 외국이 뽀대납니다. 그리고 옛날 작가인 도스트예프스키나 톨스토이 같은 사람들보다는 요즘 사람이 좋지요. 열린책들에서 나온 두터운 양장본이 양호합니다. 그렇다고 움베르트 에코같이 너무 유행하는 사람 것은 흔하니까 똑똑해 보이지 않아요. 어느 정도 유명하고 요즘 사람이면서도 외국인, 그리고 그렇다고 한창 유행하는 것은 빼고...인생과 외모도 괜찮은 까뮈(또는 카뮈)나 샤르트르, 폴 오스터, 알렝 드 보통, 로멩 가리, 가브리엘 마르께스, 미쉘 프로스트(이 사람 것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가장 좋구요, 7권까지 중 중간 정도 권을 가지고 다니는 게 좋습니다)등이 좋습니다. 좀 두터우면서도 뽀대는 최고지요.
그렇지만 자신도 좀 읽어보면서 뽀대도 나는 책을 바랄지 모릅니다. 그렇습니다. 멋으로 사더라도 뒤적거리기까지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읽기 편한 책 중에서 그나마 뽀대나는 것을 골라 보겠습니다.
현대미술사(어느 작가든 좋습니다. 그림 많아 재미있지요. 돈이 비싸서 그렇지 뽀대 엄청납니다. 단숨에 미대생으로 변신^^), 화집(요즘 유행대로 클림트나 에곤 쉴레를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르네상스 시기의 미술도 좋지요. 고흐나 고갱은 너무 유명하지만 님도 재미있게 보실 수 있고 미술 쪽은 원래 좀 신비스러운 분위기가 있어서 너무 유명해도 먹힙니다. 역시 비싼 게 흠), 신화(그리스, 로마 신화는 이윤기씨의 책이 워낙 잘 팔려서 가지고 다녀봤자 아줌마들이나 많이 읽기에 표가 안 납니다. 그리스, 로마 이외의 신화책을 사세요. 그리 안 비싸고 뽀대도 납니다. 재미도 있지요. 옛날 이야기니까요. 일본 신화나 북유럽 신화 추천합니다), 김훈의 자전거여행(이건 남자분들 중에 양복 입고 출퇴근하는 분이 들고 있으면 효과좋습니다. 아시는 분은 양복입은 남자가 이 책을 읽고 있으면 현대카드 광고의 '떠나라~'가 생각날 겁니다. 왠지 고급전문직에 다니는 분위기가 납니다. 역설적이지요? 내용도 좋고 사진도 시원합니다), 여성분이라면 버지니아 울프의 책 추천합니다. 댈러웨이 부인이 요새 유행이긴 합니다만 나름대로 재미있고 또 대단히 지적입니다. 사실 지적인 것은 버지니아인데, 읽는 사람이 그 분위기(이미지) 효과를 보는 것이지요.
비추천할 사항을 적고 마무리하겠습니다.
우선 역사소설은 피하시길 바랍니다. 삼국지 같은 거 백날 들고 있어봤자 절대 두 번 이상 안 쳐다봅니다. 태백산맥이나 토지는 좋은 소설이지만 어디까지나 '좋은'소설입니다. 뽀대 절대 안 나요.
여자분이라면 '뽀대'를 생각하시는 분일 경우 제발 지하철에서 '좋은 생각'류의 책은 펴지 마십시오. 정말 한심해 보입니다. 왜냐하면 내용은 정말 좋은 걸 인정하지만 그건 간단한 수필류 몇 개와 잡문 몇 개, 사연 몇 개 등으로 이루어진 '잡지'입니다. 거기에 일기쓰는 난이나 생각하는 난에 꼼꼼히 적어두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사실 그냥 잡문 적힌 잡지일 뿐입니다. 게다가 내용도 무슨 컨셉(개념)으로 정리된(영화 관련 잡지 등 각종 전문지) 것도 아니고 그냥 잡문 덩어리에요. 몇 가지 좋은 수필이나 사연에 그 책의 본질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절대 '뽀대'와는 거리가 멀지요.
환타지, 추리소설, 잡지, 만화 등은 뽀대와 거리멉니다. 지금 열거한 것들에는 확실히 '명작'의 반열에 오른 것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실을 고려했을 경우 대접받지 못하는 분야들입니다. 어쩔 수 없지요. 지금 열거하지는 않았지만 그 외에 다른 분야들도 그러합니다.
토익이나 토플 등을 펴 놓고 공부하는 건? 제법 쓸만합니다. '지적'으로 보인다기보다는 '똑똑해' 보인다는 것이 문제지요. 남자분이 낸 질문이라면 이런 상태로 여자분에게 시선을 끌게 될 생각은 아예 마시기 바랍니다. 여자분이라면 약간 효과는 있습니다. 비교적으로 위만큼의 효과보다는 못한 것 같습니다만 님의 선택입니다.
고시나 공무원시험 등의 문제집 공부? 남녀 둘 다 말리고 싶습니다. 공부를 말리는 게 아니라 그런 모습을 보이는것을 말하는 것이지요. 남,녀 둘 다 뽀대와 거리 멉니다. 피하시기 바랍니다.
일단은 생각나는 대로 여기까지 적어 보았습니다. 들고 다녀서 폼난다면 들고 다니시기 바랍니다. 책을 그렇게 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책을 놓은 후에도 지적인 분위기를 뿜을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책을 가까이 하신다면 더할나위 없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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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전 김영하씨의 말에 조금은 동의합니다. 특히 한국처럼 책을 읽지않는 나라에서 예쁜 책을 사서 비난받는 건
조금은 억울하기도 합니다. 저기 나오는 책들. 유행에 어긋나지않는 폴오스터나 하루키의 소설류를 전 즐겨 읽습니다.
그리고 제책장엔 서양미술사책이나 미학관련 책도 몇권 끼여있구요. 밖에만 나가질 않았을뿐 저기 나오는 식의 책읽
기를 전 하고있습니다. 저분의 재미있는 비꼼에는 일면 동의하기도 하지만 책을 아예 읽지않는 나라에서 저렇게나마
책이 소비되는것도 나쁘진 않은데 말이죠. 예쁜걸 싫어하는 사람은 없지않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