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는 디씨 엠비씨드라마갤에서 퍼온 김병욱 PD의 연애시대에 대한글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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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랑스러운 ‘범법드라마’ 같으니
그러니까… 옛 친구 노영심 양한테 “드라마 볼 때마다 부부께 감사드린다”는 문자를 날린 게
한 4월 중순쯤이었다. 생전 안하던 짓을 뜬금없이… ㅎ
어느 봄날의 우연한 시청 후, 나는 그 즉시 이 드라마 방송시간에 내 스케줄을 모두 맞추는
‘비상 체제’에 돌입했고, 만나는 사람마다 무조건 ‘복음’을 전했으며, 방송 직전엔 실없이 달떴으며,
미방송된 내용을 조금이라도 김새게 미리 알려주는 관련기사는 절대금독하는 등,
생전 처음 TV드라마를 놓고 그런 ‘쌩오바’를 했었다. 꼬박 두 달간.
그 뒤에 남은 시간, 늘 변하는 모호한 우리의 감정들…
이십년 후쯤에 2000년 초중반 드라마들을 사람들은 어떻게 회상할까.
누군가가 웃으며 이렇게 회상할 것 같다.
“그때 미니시리즈 기획서는 나중에 아예 이런 방송국 표준 설문지 형식이었지.
1. 1, 2회를 찍을 나라와 도시명을 쓰시오.
2. 등장인물 중 누가 어떤 재벌의 어떤 출생의 비밀을 가지는지 쓰시오.
3. 등장할 조폭의 조폭명과 출신 지방을 쓰시오.
4. 러브라인을 그려주세요(*2002년 1월1일부로 방송법이 바뀌어 삼각이 아니고
겹삼각이어야 합니다. 양지하시기 바랍니다)”
<연애시대>…. 이런 요건들을 하나도 안 지킨 ‘범법’드라마 같으니라고…
(초반에 겹삼각 구도를 잠시 취하며 ‘준법’하는가 싶더니 이내 그마저 팽개쳤다).
이런 발칙한 것이 그러고도 무사하……ㄹ뿐만 아니라 눈물이 날 만큼 훌륭했다.
이 드라마에 바치는 뛰어난 헌사가 많기에 새삼스런 부언이 안 되었으면 하지만,
내게 이 드라마는, 밤마다 TV 모니터에서 걸어 나와 ‘우리 삶과 사랑의 모호함’에 관해
한 시간을 조곤조곤 얘기하는 친구였다.
그러면 나는 살짝 맛이 간 사람처럼 가끔 웃고, 끄덕이기도 하고, 눈물을 흘리고… 그랬다.
동진과 은호는 다른 멜로드라마의, 서로에 대해 추호의 회의 없이 불같은 열정으로 사랑하는
주인공들이 아니었고 그래서 <연애시대>는, 다른 멜로드라마가 가진 ‘불같은 사랑이 불꽃처럼
결실 맺는 그 행복한 엔딩의 힘과 화려함’을 결여했으나, 그러므로 대신 그 엔딩의 뒤에
‘그 뒤에 남은 긴 시간과… 그리고 그 시간 속에서 늘 변하는 모호한 우리의 감정들,
지루한 일상, 그걸 끈기 있게 감내하는 우리 삶’을 오래 응시하게 해주었다.
‘방송이 처음’이라는 그들이 해냈다
해서, 이렇게 지루할 이야기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더구나 그런 이야기를
거의 주인공 두 사람의 동선만을 따라가는 단선의 구조로, 매회 끝에 ‘To be Continued’의
얇은 재주조차 안 부리며(참 시청률 안 나올 짓을 골라가며 한다, 무슨 똥배짱인가!).
정말 재능이 필요한 일이었고 ‘방송이 처음’이라는 그들이 해냈다(이렇게 말하고 보니
그동안의 방송종사자들은 삼보일배하며 대국민사과라도 해야 하나?). 장면마다 내공이 깊은
대사와 아름다운 음악과 샘이 마르지 않는 감각들로.
은호가 동진의 결혼식을 보며 초등학교 시절 자신의 글을 읊조리는 장면을 보라.
그녀의 어릴 적 바람처럼 바로 그렇게 만났던 그 ‘꿈의 왕자님’은 그저 덤덤한 현실에서 덤덤히
그녀를 떠난다. ‘5학년2반 유은호, 나의 꿈은 신부가 되는 것입니다’로 시작하는 은호의 목소리
위로 그녀의 아름다운 동화가 현실 속에 부서지는 장면들을 그렇게 교차로 보여줄 생각을 할 수
있는 게 바로 재능이다.
조연들의 캐릭터를 만드는 능력에서 그 재능은 다시 빛을 발한다.
<연애시대>에 나오는 조연들은 여타 드라마에서 흔히 보듯 착하고 정의로운 두 주인공을 위해
오로지 봉사하는, 코믹하기만 하거나 희생모드 일변도의 단편적인 인물들이 아니다.
그들은 자신의 완결된 인생을 가진, 심지어 주인공들보다 더 매력 있고 분별 있는 인간들이다.
동진을 떠날 때의 미연(오윤아)은, 사랑에 빠진 여자의 충분히 납득할 만한 자존감을 통쾌하게
보여주었고, 현중(이진욱)은 매력이 넘쳤으며,
지호(이하나)는 정말 10년에 한 번 나올까 싶을 만큼 사랑스럽다.
유머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은호 아버지는…? 정유경은? 전부 그저 놀랍다.
지난 두 달, 정말 감사드려요^^ 병욱
기억나는 대사 하나하나, 장면과 음악 하나하나를 쓰다보니 부탁받은 A4 한 장의
두 배 이상 이어서 뭉텅 ‘딜리트’를 했다.
내가 보낸 문자에 대한 영심씨의 답은 ‘지켜봐주셔서 감사해요… 그렇지만 나는 참으로 평범해요’
였다. 감독 작가와는 친분이 전혀 없어 그들의 대답을 들을 수 없었으나 그들도 비슷했으리라.
그래서 그들 모두에게 나는 다시 이렇게 문자를 보낸다.
‘겸손하지 마시길. 그리고 지난 두 달 동안 내게 준 온기와 감동…
정말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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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이 하이킥에서 신지와 민용의 관계는 연애시대의 영향을 많이 받은 캐릭터들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의도했던 바를 시트콤 상에서 잘 표현한거 같진 않아요.
일단 신지캐릭터의 캐스팅 실패. 갸뜩이나 비호감에 안티많은 신지를 그런 비호감 캐릭터에 캐스팅한건 김병욱PD
의 실수같아요. 어느정도 얄미워도 조금은 정이가는 캐릭터가 되야 어느정도 캐릭터간의 관계도 이해가 되는데 시트
콤상에선 전혀 공감이 안가거든요.
개인적으로 민용의 캐릭터는 맘에 들어요. 사실 한축인 신지가 삐걱거리는 바람에 왜 민용이 "신지"같은 캐릭터에
매달릴까라는 도저히 이해불가능한 상황이 왔지만 연애시대의 동진의 말투와 오버랩되는 부분이 많아서 좋았어요.
아무튼 신지캐릭터는 어느정도 수정이 불가피할꺼같은 생각이 들어요. 대충 커뮤니티 들에서는 차라리 신지가 빠르게
하차하는 편이 낫다는 의견이 대다수. 김병욱 피디가 어떤 방향으로 해결해나갈지가 기대되는군요.
PS. 오늘 민정양 너무 불쌍해보였어요. 친구의 전남편을 사랑하는 캐릭터라니. 사실 개인적으로 바보같은 캐릭터는 안좋아하지만
오늘 셀프샷 시퀀스는 찌릿한 맛이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