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영화에 대한 여운이 남아서 뭔가 정리가 제대로 되지않지만.어쨌든 키보드를 잡은 김에 내 생각이 가는데로 적당히 정리해본다.영화는 무엇을 기대하고 갔던 어느정도의 만족감을 줄만하다.
 
크리쳐영화로써의 외피만을 본다고 하더라도 봉준호의 연출 자체는 고전적인 공포영화의 속성에 충실한 앵글과 짜임새있는 연출력을 보여준다. 

  봉준호의 장르영화에 대한 이해도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물론 다소 아쉬운 CG장면은 어쩔수없는 한계이지만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예산적 한계와 처음으로 시도되는 크리쳐영화라는 측면에서 가볍게 무시할만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낮에 촬영된 장면들의 경우 CG 장면이 다소아쉬웠으나 주로 어두운 장면이나 고립된 지하에서의 괴물에 대한 연출은 헐리웃의 괴물영화에 비교하더라도 절대 뒤지지않는다.

특히 그로테스크한 한강 다리변을 아크로바틱한 동작으로 질주하는 괴물의 모습은 특히 굉장한 기술적 업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크리쳐영화로써의 장점만을 살펴보더라도 이 영화는 그럭저럭 괜찮은 영화이다. 그렇지만 이 영화가 더더욱 대단한건 "봉준호의 영화"라는 점이다.물론 봉준호라는 감독을 따라 영화를 보다보면 전작인 살인의 추억보단 다소 못하다라는 인상을 받을 수도 있으나 최초로 시도된 괴물영화와의 화학적 결합이라는 면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싶다.

 "봉준호의 영화"라는 관점에서 이 영화의 괴물은 장르적 클리쉐에 지나지 않으며 실제 영화의 모든 본질은  한강에 사는 가족들의 이야기에 숨어있다. 봉준호는 이 가족들의 캐릭터 하나하나에 색깔을 부여하면서  그 캐릭터들을 엄청난 사회적인 부조리속으로 내몬다. 이런 과정은 철저한 사회고발적 리얼리즘 영화의 방식을 따라가지만 방법론적인 측면에서 블렉코메디의 외피를 뒤집어 씌우면서 관객들에게 따분한 사회주의 영화라는 혐의를 스스로 벗어 던진다. 이런 엄청나게 유기적인 장르적 결합을 완벽하게 재현해낸 영화를 근래에 본적이 없다. 가장 최근에 본 영화중에 로베르토 베니니의 "인생은 아름다워" 정도가 비교 될만한데 봉준호는 여기서 더 나아가 크리쳐 영화와의 삼중적인 화합물의 결합을 완벽 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완성도 있는 결합물을 만들어 냈다는 점에서 크게 칭찬 하고 싶다. 




  정말 봉준호는 한국 영화가 낳은 최고의 천재이자 개인적으로 너무 존경스럽다. ㅠ.ㅠ 이영화가 가지고 있는 가장 최고의 장점은 이 영화가 "한국영화"라는 점이다. 그런면에서 한강의 그로테스크하고 우울한 정서는 한국사람으로써 만이 느낄수 있는 또다른 카타스시스이다. 영화에서 표현하고 있는 실체없는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가 결국 아무것도 아님이 밝혀졌을때의 영화속인물들이 느끼는 감정을 우리는 이 영화가 끝났을 쯤에 비슷하게 느낄 수 있다.

 즉 "괴물"이 죽음으로써 사라진 것처럼 보이는 공포에 대해서 송강호가 한강을 향해 총부리를 겨누는 마지막 엔딩 시퀀스. 그리고 영화는 엔딩으로 치닫으며 관객들은 바로앞에서 죽어간 "괴물"에 대한 기억들을 조금씩 조각조각 맞쳐가면서 끊임없이 한국사회가 만들어내는 "괴물"이라는 공포에 대해 여운이라는 감정보다는 조금더 불쾌한 혹은 찝찝한 기분을 느끼며 극장밖을 나오게 된다. 그게 영화의 후반부가 다소 미흡하다고 느끼는 찝찝함이라는 생각이 먼저들겠지만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면 그건 한국사회의 부조리를 실제 겪고 있는 "현실"에 대한 본능적 불쾌감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를 "봉준호적 영화"로 바라 봐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점에 기인한다. 전작인 살인의 추억이 한국사회의  과거의 모순을 "연쇄살인자"로 실체화 시킨거라면 이번 괴물의 경우엔 현재의 한국 사회의 "공간"을 공포로 실체화 한것이다. 즉 이영화에서 "괴물"의 존재보다 더한 공포는 바로 한강과 한강의 조형 건축물이 만들어내는 "한국적 공간"이다. 그렇다면 실체화된 공포는 과연 존재하는 것일까? 봉준호는 거기에 대한 해답을 주지않는다.

 살인의 추억에서 범인에 대한 해답은 관객의 몫이며 괴물에서 역시 송강호가 총부리를 겨누는 곳에서 실체화된 "괴물"은 존재하지 않는다. 즉 관객들이 봉준호의 영화들을 사회적 메세지가 담긴 영화로 바라보던지 아니면 그냥 장르영화로써 생각하든지 하는 점 역시 관객의 몫이라는 점이다. 그런면에서  그의 영화를 보고 나온후의 여운이 이토록 오래도록 지속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괴물 (2006) :: 2006. 7. 27. 02:56 Out-/Movi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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