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2006-04-25 08:06]
[한겨레] 감우성·손예진의 경쾌한 출발, SBS 월화 드라마 <연애시대>… 결혼 대신 연애 권하는 시대에 무엇이 그들의 사랑을 묶는가
▣ 글 <씨네21> 백은하 기자
“했었어, 한 번.”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결혼했냐고 묻는다. 그리고 여자는 대답한다. “했었어, 한 번.” 부끄럽지도, 거리낄 것도 없다. 그저 여자에게 결혼이란 해보니 별것 없는 번지점프 체험처럼 그냥 ‘한 번 했다’는 기억만 남아버린 사실일 뿐이다. 그러나 감정은 다르다. 그녀와 그가 연애를 하고 함께 살아가면서 만들었던 사랑의 추억은 이혼 뒤에도 계속 그들을 귀찮게 한다.
결혼기념일에 왜 다시 만났을까
4월3일 방영을 시작한 SBS 월화 드라마 <연애시대>는 이혼한 젊은 커플의 이야기다. 입으로는 “내 호적을 더럽힌”이라고 서로를 칭하며 으르렁거리면서도 이들은 스스로 그어놓은 금넘기 놀이를 멈추지 못한다. 이혼한 지 1년6개월이 지난 동진(감우성)과 은호(손예진)의 완벽한 이별을 막는 장애물은 사실 별것 아니다.
결혼기념일마다 꼬박꼬박 날아오는 고급 레스토랑의 디너 할인권이 아까워서 같이 밥을 먹고, 폴라로이드 사진을 공짜로 찍어준다니 함께 사진을 찍고, 목돈이 없어서 위자료를 할부로 주기 위해 만나고, 헤어질 때 빠트린 물건을 돌려주기 위해서 약속을 잡을 뿐이다. 연애 시절 단골 카페나 술집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건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고 남아 있는 감정을 부정한다. 그리고 묻는다. “그럼, 우리 결혼기념일 말고 이혼기념일에 만날까?”
그렇게 줄 것 주고 받을 것 받아도, 여전히 남아 있는 감정의 찌꺼기들은 수취인 불명으로 떠돈다. 하지만 이야기는 조심스럽게 서로가 주소 이전의 상태를 밟는 순간에 시작된다. 적극적인 미남 현중(이진욱)과 매력적인 미녀 미연(오윤아)의 등장으로 말이다. “더 이상 같이 살다가는 진짜로 꼴보기가 싫어질 것 같아서” 헤어진 그들에게, “끝장을 안 봐서 바닥을 안 쳐서 미련이 남은” 그들에게, 끝장을 볼 선택의 순간들이 쉬지 않고 덮쳐오게 된 것이다.
“특별한 고통도, 희귀한 기쁨도 일상이 되면 익숙해진다. 이별에 동의하고도 우리는 한참을 미적대고 있었다. 어색한 상황에 익숙해져 더 이상 어색한 줄도 모를 때 우리는 갑자기 등을 떠밀렸다, 이별이 시작됐다.” <연애시대> 중 동진의 내레이션
<찜> <고스트 맘마> <하루> 등을 연출했던 한지승 감독과 <동갑내기 과외하기>의 박연선 작가 등 충무로 스태프가 참여한 것으로 화제를 끈 <연애시대>는 현재까지 방영된 분량을 통해 안정된 HD촬영과 함께 밥알 하나 흘리지 않고 꾹꾹 보기 좋게 눌러담은 연출력, 식상하지 않는 대사와 상황을 선보이고 있다. 쉬지 않고 빠르게 진행되는 이야기의 호흡 속에서도 그들이 멍하니 혼자 있는 공간과 시간을 응시하는 템포도 잊지 않는다.
너무 청순해서 느끼해져버렸던 손예진은 영화 <작업의 정석>에 이어 화장기 지운 말간 연기로, <왕의 남자> 이후 돌아온 감우성은 홈그라운드에서 최고의 컨디션을 뽐낸다. 여기에 진지하고 심플해진 공준표 역의 공형진의 연기나 동생 지호 역의 이하나의 자연스러운 연기는 시청자에게 ‘시끄럽게 오버하는 주변인물’의 트라우마에서 잠시 벗어나게 해준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연애시대>를 기대하게 만드는 숨은 주인공은 심야 라디오 ‘목사님 우리 목사님’의 카운슬러로 등장하는 김갑수다. 그는 사실 은호의 왕래 없는 아버지이지만 정작 그녀의 연애 관계에 관심이 없다. 그저 ‘충주에 사는 H양’이나 ‘대전에 사는 C양’이 되어 토로하는 딸의 고민을 향해 “…이 상황에서 이런 말씀 드리기 뭐하지만… 미백 3종 화장품과 구두 교환권 중 어떤 선물로 드릴까요?”라고 중후한 목소리로 물을 뿐이다.
태어나자마자 죽은 아이의 산소를 함께 찾고, 부질없이 그 녀석의 나이를 세면서 살아가지만, 이제 은호와 동진을 현실적으로 묶어놓는 끈은 없다. 처리해야 할 집안 문제도, 아이 문제도 없는 이들의 ‘이혼’은 그저 오랜 연인의 ‘이별’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이다. <연애시대>에서는 연애와 결혼을 구분짓는 가장 극명하고 귀찮은 사항인 ‘가족’의 존재가 절저히 배제돼 있다. 물론 은호의 여동생 지호가 등장하지만 사실 여동생의 존재는 가족이라기보다 가까운 친구의 역할 정도다.
일본 원작 소설, 꽉찬 연출력과 대사
이 점에서 제목이 왜 ‘결혼시대’가 아니라 ‘연애시대’인지 분명해진다. 사실 <연애시대>는 ‘새로운 결혼관’의 제시나 ‘이혼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싸우겠다는 대단한 야심을 가진 드라마는 아니다. 그보다는 ‘결혼’이 아니라 ‘연애 권하는 시대’에 사는 우리들에게, 결혼이라는 사회적 매듭이 아니라면 과연 무엇이 사랑이란 감정을, 연애라는 행위를 지속시킬 수 있는지를 묻는다. 멀리서 보면 잘 보이지도 않을 끈을 각자의 심장 사이에 묶어놓은 이들은 서로만 들릴 만한 소리로 종이컵 전화기에 대고 자꾸 속삭인다. 하지만 그 끈은 언젠가 끊어질 것이다. 그것은 이미 오래전에 서로가 선택한 일이었다.
알려진 대로 <연애시대>는 일본의 인기 극작가 노자와 히사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이 드라마의 음악을 맏은 노영심씨 역시 “대본도 잘 나왔지만 원작이 워낙 재밌다”고 덧붙일 만큼 최근 국내에서 발간된 <연애시대>(소담출판사 펴냄)는 44살의 나이로 자살한 작가의 불행한 운명이나, <잠자는 숲>이나 <수요일의 정사>에서 보여줬던 미스터리한 분위기와 달리 가벼운 문체와 신선한 질문들로 가득하다. 작가는 “둘이 함께 살아가는 기쁨이란 앨범을 넘기는 일이 아니야. 둘이서 옛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고. 좀더 즐거운 일이 앞으로도 많이 일어날 거라고 꿈꾸는 일이야”라고 말한다. 그렇게 <연애시대>는 연애라는 것이 ‘추억’이 아니라 ‘기대’를 연료 삼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아주 간단하지만, 쉬이 잊기 쉬운 사실을 상기시킨다.
다만 1, 2회 때 보여준 꽉 찬 구성과 대사, 상황의 신선함들이 점점 줄어가는 느낌이 드는 건, 이 드라마의 제목이 초래한 주문 때문일까? 시간 앞에 장사 없다는 그 얄미운 ‘연애’의 속성이 드라마에도 오롯이 적용될 수밖에 없다면, 그건 조금 속상한 일일 테다.
드라마몹
촌평 쿨한 척 하지만, 실은 서툴기 짝이 없는 사람들이 사랑을 시작하고, 사랑을 오해하고, 사랑을 끝내는 방법을 그리고 있는 <연애시대>. 이 드라마는 이미 여러 언론 매체에도 소개가 되었다시피 일본 자본의 도움을 받았으며, 각본도 유명 일본 극작가의 소설을 각색했다. 그런 만큼 일본 수출을 전제로 하여, 일본드라마에서 익숙한 장치들이 자주 지나쳐 간다(<세잎 클로버>마저 수출되는 마당에 이러는 것도 좀 오버스러운 느낌을 지울 수 없긴 하다). 이를테면 중요하지만 애매한 대사들의 나레이션 처리나, 출산 공포증이 있는 산부인과 의사나 애늙은이 같은 대사를 날리는 어린아이, 뚱하면서도 엉뚱한 단골집 주인 같은 조연들의 설정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조금 더 비판적으로 들여다보자면, 주인공들이 출근하는 모습에서도 일본드라마에서 익숙했던 모습을 읽을 수 있다. 피트니스 강사인 은호가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것은 그렇다 쳐도, 초대형 서적 체인인 K문고의 강남점에서 주임을 하면서 집안도 좋고 집값 비싸기로 악명 높은 분당의 고급 빌라에서 잘 갖춰놓고 사는 동진이 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하는 모습은, 한국의 현실에 비춰볼 때 부자연스러움이 느껴진다. 어처구니없을 정도의 재벌집 아들 같은 과장된 캐릭터가 아닌 이상, 어지간하면 다들 전차를 타고 출퇴근을 하는 일본드라마 속 인물들의 모습들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현재까지 이러한 일본드라마식 장치들은 그리 한국 시청자들의 신경을 자극하고 있지는 않는 듯하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일본 시장에서의 반응은 어떨까. 자국의 드라마와는 다른 맛을 내주기 때문에 일본인들이 한국드라마를 좋아한다는 분석이 맞다면, <연애시대>의 미래가 그리 낙관적이지만은 않을 듯하다. /허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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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상반된 비평문을 비교해 보았다. 누가 감상문을 썼고 누가 비평문을 썼는지 짐작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씨네21이 주로 인상비평이나 컨텍스트적 비평에 치우치긴 하지만 어느정도 텍스트적 비평의 기반하에 이뤄진다면
밑의 드라마몹의 "감상문"은 거의 "컨텍스트적 비평"의 기반하에 이뤄진 것임에도 불구하고 글쓴이의 상식의 전무와
색안경낀 문화에 대한 선입견이 내재되어있기때문에 제대로 된 비평이라고 하기도 어렵다.
저런글을 비평이라는 이름에 쓰는걸 보면, 이런 기사가 뜰때도 됐나보다.
"전여X 개나 소나 비평문쓴다 쓴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