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뮌헨을 드디어 보았어요. 사전지식이라곤 대충 알고있던 이스라엘에 관한지식밖에 없는 상태에서 초반부의 복잡한
인물들의 등장은 한참 머릿속에서 정리를 하느라 고생했네요.
그리고 예상치 못했던 또 하나의 장애물은 2시간 20분을 넘는 플레이타임. 이것역시 전혀 예상못했는지라.
한 두 세번 시계를 본거같아요. 그렇지만 뭐 지루해서 그랬던 아니였어요.
뭐 간단하게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스필버그의 영화 스타일이 이제는 변화보다는 안정을 원하는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어요. 굳이 장르 영화가 아니더라도 그의 영화적 전개는 사람들의 심리를 쥐락 펴락하는데 아주 능숙하
다고 생각해요. 예전에 봤었던 죠스류의 영화들을 보면 알수 있듯 말이죠. 그런 면에서 작년에 개봉한 우주전쟁은 거의 죠스류의
긴장감을 조성시키는 연출력은 탁월 했었다고 봐요. 그러나 우주전쟁의 문제는 그 영화를 보려고 온 관객들이 기대한 건 긴장감
넘치는 서스펜스와 스릴러가 아니라 스펙터클한 액션과 배우들이었단 것이었어요.
그런 문제들은 이 영화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요. 사실 스필버그를 유명하게 만든건 그가 가장 대중적이면서도 완성도
있는 작품을 만든다는 점이지 예술영화를 잘 만든다는 건 아니라는데 있어요. 그런점에서 이영화가 지향하는 점은 굉장히 애매해요.
스토리적으로 봤을때는 굉장히 이념적인 철저한 중립성을 지키기위한 스필버그 특유의 안정성이 보이지만 결국 그것밖
에 없어요. 그 안정적인 메세지가 영화를 지탱하는 수단이 됐을지는 몰라도 영화를 보고 관객들에게 감동(?)을 느끼기
엔 부족했다고 봐요. 그리고 테크닉적인 면에서도 영화는 굉장히 혼란스러워요. 분명히 잘 만든 화면전달력과 연출.
조명. 카메라의 이동등. 딱히 흠잡을 데가 없어요. 근데 그 흠잡을 데 없는 장면들이 굉장히 대단하다(?)라는 느낌이나 아
카메라 연출빨 만으로도 이영화가 보고싶어져 라는 느낌을 가질 정돈 아니라는 거겠죠. 그리고 스필버그 자신이 직접 말한
대로 어느정도 연출의 스펙타클한 면을 자제한게 더욱 그런느낌을 가중시켰다고봐요.
물론 자신의 의도는 그게 아니었겠지만. 아마 스필버그는 피터그래스감독의 "블러디선데이"같은 느낌을 원한거 같아요. 최대한 그
는 역사적인 사건에 대해 객관적인 접근을 하길 원했던거 같아요. 그렇지만 그러기에 극적 연출이 스필버그의 장점이라는거죠. 이
영화는 누구를 주인공으로 해야할지도 갈피를 못 잡고 있어요. 뮌헨의 5명의 주연급 연기자들의 연기는 훌륭했고 그들의 인간적인
면도 충분히 드러났어요. 그렇지만 연출은 최대한 객관적인 면에서 접근한다? 이러니 관객들이 혼란스러운거죠.
사건은 일부러 객관적이게 보일려고 애썼지만 의외로 흥미있게 전달되고 또한 캐릭터들도 흥미있어요. 뭔가 갈피를 못
잡는 거에요. 정말 엄청나게 좋은 재료를 좋은 요리사가 요리했지만 안타깝게도 관객들이 주문했던 요리가 아니었던 셈
이죠.
사실 이 영화가 가장 안타까운점은 정서적 공감대가 떨어진다는 점이에요. 그런점에서 이스라엘에서 이영화가 흥행한점은 이해가
가기도 해요. 그렇지만 이영화가 그렇다고 대놓고 평화적메세지를 전달한다기엔 너무 지나치게 중립적이에요. 너무 깨끗하다고
해야할까. 스필버그 자신이 유태인이면서 이슬람의 입장까지 대변하는 영화라니. 얼마나 수상한가요. 거기에 철지난 얘기에 초호
화캐스팅까지말이죠.
분명 이영화는 잘만든 영화에요. 캐릭터연기도 좋았고 음악도 괜찮았고 스토리라인의 각색도 훌륭했죠. 그런데 왜
진정성이 느껴지지않는걸까요? 전 스필버그를 싫어하진않지만 차라리 그가 만드는 가족 코메디 영화가 좋아요. 진정성이고 뭐고
보고 웃다 즐기고 극장문을 나오면 끝이니까요.
PS. 이영화에서 좋았던 시퀀스들은 캐릭터들이 한정된 공간에서 대사나 행동을 주고받는
시츄에이션 코메디스런 장면들이었어요.
그중에 가장좋았던 장면은 주인공일행과 PLO일행이 한 안전가옥에서 동침(?)하는 장면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