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운전면허 필기시험에서 세 차례나 떨어진 황아무개(40)씨는 면허학원 주변 전봇대에 붙은 ‘필기시험 한 번에 붙게 해 줍니다’라는 학원광고를 보고 솔깃했다. 전화를 걸고 찾아간 학원 관계자는 “문맹자 대상 시험은 쉬울 뿐 아니라 우리가 특수 제작한 삐삐로 답을 알려줄 수 있어 한 번에 붙는다”고 말했다.
이들은 500만원을 받은 뒤 황씨의 ‘문맹자 인증서’를 만들어 서류를 접수하고 시험 당일에는 허벅지에 무선호출기(일명 삐삐)를 차고 가 시험을 치르게 했다. 문맹자를 대상으로 하는 시험이니만큼 감독관은 문제와 보기를 읽어줬고,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강의용 송신기를 갖고 밖에서 대기하던 이들은 호출기 진동 횟수를 이용해 황씨에게 답을 알려줬다. 결과는 역시 ‘한 번에 합격’이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보증인 2명의 도장만 찍으면 별다른 확인 없이 문맹자 인증서를 만들 수 있는 허점을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사용한 삐삐는 세운상가 등에서 특정한 신호만을 수신할 수 있도록 특별히 주문제작한 것이었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2일 황씨 등 5명에게 30만~500만원을 받고 문맹 대상 운전면허 필기시험에서 무선호출기를 이용한 부정행위를 알선한 혐의(전파법 위반 등)로 김아무개(47)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다른 김아무개(42)씨를 수배했다. 또 무등록 학원을 운영하며 13명에게 문맹자 인증서를 거짓으로 작성해 준 혐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등)로 ㄱ운전면허교육원 김아무개(56) 원장과 모집책 서아무개(45)씨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문맹자 행세를 한 수험생 1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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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걸 웃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공부해도 안된다는데 어떡해요; 운전면허 필기시험도 염연한 국가고시라구요!!
라고해도 범법은 안되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