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ver Pitch는 어떤 특정 취향의 사람들에게선 열광적인 반응을 불러 올 수 있는 영화입니다.
그 취향의 핵심이 되는 키워드에 당신이 하나라도 속한다면 이 영화를 보시길 권합니다.
첫번째, 자신이 야구광이자 보스턴 레드삭스의 팬인 사람
두번째, 닉 혼비라는 소설가를 알고 그의 소설이 영화화된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
전 불행인지 다행인지 저 두가지에 모두 속한 사람이었습니다.
아차 그리고 이 글이 왜 지금에서야 써졌느냐? 이것에 관해서도 설명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어제 메이져리그 페넌트레이스의 마지막 경기가 벌어지는 날이었습니다. 그럼 그것과 이 영화가 무슨 관계가 있냐구요?
바로 어제 보스턴의 운명을 결정짓는 양키스와의 3연전의 마지막 경기였습니다. 결국 보스턴은 양키스와의 시리즈에서 2승 1패를 거머쥐며 자력으로 와일드카드를 거머쥐는데 성공했습니다. 단지 아쉬운건 8년연속으로 아메리칸 동부지구에서 지구 우승을 놓쳤다는 것. 사실 이 리뷰가 쓰여질때 전 드라마틱한 상황을 원했습니다. 그것은 보스턴이 3연전을
Sweep 하고 동부지구 왕좌로써 진출하고 양키스가 탈락하는 것이였지요. -네 전 안티 양키스입니다 -_-- 어쨌든 결과적으론 실패했지만 작년의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기억하는 보스턴팬들에겐 약간은 아쉬운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왜 제가 장황하게 야구 이야기를 하냐구요? 이 영화는 바로 운명적인 작년의 보스턴의 한 시즌과 함께 하는 영화이기때문입니다. 야구이야기는 여기서 끝내고 닉혼비에 대해서 조금 이야기하자면 원래 이 영화의 원작 영화는 닉혼비의 자서전적 소설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의 소설의 소재는 야구가 아니라 축구입니다. 아마 닉혼비가 영국인이라는 걸 생각하면 당연한거겠죠? 그리고 닉혼비는 그 많은 프리미어리그 팀중에서 아스날의 열렬한 팬이라고 하네요. 하지만 제가 아스날이 어떤팀인지 모르기때문에 결과적으로 헐리웃 리메이크판이 조금더 드라마틱하게 와닿는게 사실입니다. 그것은 제가 보스턴이라는 팀이 얼마나 애증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지를 알고 있기 때문이죠.
어쨌든 닉혼비의 원작소설, 패럴리 형제, 보스턴 레드삭스. 언뜻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 혼합되어 이 영화는 절묘한 하모니를 이룹니다. 제가 닉혼비 원작의 영화들을 좋아하는 이유는 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성장"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성장영화라고 볼수도 있죠. 그의 소설을 영화화한 다른 영화들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나 "어바웃어 보이"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어쨌든 이 영화에 대해 이정도의 지식을 알고나면 영화의 결과물이 아무리 허접하더라도 용서가 될 거에요.
영화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하자면 우리나라에서 이 영화의 홍보방향은 약간 의외입니다. 이 영화의 예고편을 보면 그냥 그저 전형적인 헐리웃 로멘틱 코메디로 보이기때문입니다. 사실 패럴리 형제가 감독을 맡았다는 이유만으로도 그런 의심은 명백한 것이겠지만요. 근데 패럴리 형제는 원작의 부담감(?) 때문일까요 이 영화에선 특유의 화장실 유머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들의 영화치곤 오히려 소심해보일정도로요. 그렇다고 그들이 진지한 드라마적 재미를 잘 연출했느냐. 그것에 관해선 동의하지 못합니다. 클라이막스로 올라가면 영화는 약간 김빠진 맥주처럼 보일정도로 영화의 호흡을 맞추는데 실패한 것처럼 보이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저에게 너무 매력적입니다. 엔딩으로 가는 과정에서 공감할 덩어리가 온통 사방에 널려있으니까요. 바로 보스턴의 팬들과 보스턴의 팬웨이구장을 계속해서 볼 수 있는 것만으로말이지요. 그리고 야구를 통한 두남녀의 사랑이 말이지요. 사실 이 영화를 보고 언뜻 떠오른건 삼미 슈퍼스타스의 마지막 팬클럽이였어요. 이 소설을 소재로 만든 영화는 전형적인 한 3류인생의 성공스토리였지만 소설은 그게 아니거등요. 오히려 사랑이야기지요... (웃음) 영화는 엔딩이 바뀌었는지 모르겠지만 해피엔딩으로 끝납니다. 사실 그런점에서 뻔하고 뻔한 헐리웃 해피엔딩의 공식을 따르는 거 같습니다. 그점은 그전의 닉혼비작품과는 약간 차이가 아닌가 싶어요. 사실 그전 작품들은 묘하게 현실적인 느낌을 받았으니까요. 그렇다고 이 영화의 해피엔딩이 나쁘단건 아니에요. 이 영화가 다른 소재를 이용했다면 뻔한 공식의 영화라고 비판했겠지만 이 영화의 해피엔딩은 바로 "실제이야기"니까요.
그건 바로 90여년을 월드씨리즈우승을 못했던 보스턴이 실제로 우승을 해버렸기 때문이죠.